"한국 경제는 이제 막 선진국 '문턱'을 넘었지만 저(低)성장이 굳어질 위기에 있습니다.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짜야 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10년 안에 우리나라도 홍콩,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습니다."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인터뷰를 갖고 "한국은 지난 50년간 대외 지향적으로 경제 개발을 한 결과로 해외에 금융과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이웃 나라인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고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인 일본도 곁에 두고 있어 충분히 아시아 금융 중심지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때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의 경제 기적: 지난 50년 향후 50년'이라는 책을 최근 출간했다. 김 회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상공부 차관, 대외경제 협력담당 특별대사, 골드만삭스증권 고문 등을 지낸 한국 경제계의 원로이다.

최근 '한국의 경제 기적: 지난 50년 향후 50년'이라는 책을 출간한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은 "한국이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가 되려면 금융 규제 방식을 금융회사가 할 수 없는 것만 규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아시아의 싱가포르·홍콩, 유럽의 스위스·네덜란드 등을 사례로 들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이미 한국의 몇 배에 달하는 나라도 금융 중심지 전략을 채택한 곳은 여전히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저성장을 피할 수 있는 묘책으로 금융 중심지를 추진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회장은 "우리 국민과 관료들은 '한국이 어떻게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느냐'며 자포자기하고 있지만 한두 가지만 고치면 어렵지 않다"고 했다. 김 회장은 우선 "원화를 국제화시키라"고 했다. 원화 국제화가 되면 외국인이 무역 등으로 해외에서 원화를 구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다.

또 해외에서 원화를 사용할 수 있어 해외 투자나 대외 거래를 할 때 달러로 바꿨다가 다시 달러를 현지 통화로 바꾸는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김 회장은 또 "금융 규제는 할 수 없는 것만 규정하는 '네거티브(negative)방식'으로 바꾸고 '성문화(成文化)'하라"고 했다. 김 회장은 "규정이 있는지도 모르게 규제를 만들고서는 감독을 한다고 하니 시장에선 불만이 많다"고 했다.

김 회장은 "금융 중심지 전략은 앞으로 10년만 바짝 달려들어서 추진하면 성공할 수 있다"며 "'한국은 금융은 안 된다'면서 나자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세계 주요 도시들의 국제금융 경쟁력을 측정한 국제금융센터지수 평가에서 서울은 2009년 53위에 불과했지만 작년에 6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최근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는 10위로 떨어졌다.

김 회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도 주문했다. 김 회장은 "정부 경제팀이 비전을 갖고 아시아 금융 중심지 전략과 같은 큰 미끼를 던지고 개방과 경쟁으로 나가야 한다고 외쳐야 한다"며 "그 속에서 법이나 규정을 바꿀 것은 바꾸고 국회도 설득해야 하는데, 국회가 법을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뒤에서 '타령'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한국 금융은 아직도 가만히 앉아서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 주는 일을 하고 있으니 '미개한 금융'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래서는 현 정부의 아젠다인 창조경제가 꽃을 피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뉴욕, 싱가포르 등 현존하는 금융 중심지는 동시에 창의의 중심지이기도 하다"며 "빌 게이츠가 성공한 것도 그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겠다는 '금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중심지

세계적 금융회사의 본·지점과 인력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고 국제적 금융시장이 형성돼 있어 주변 국가에 고부가가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을 가리킨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유럽의 스위스·네덜란드, 아시아의 홍콩·싱가포르 등이 국제적 금융 중심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