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산업은 지금보다 판을 키워야 합니다."
고경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7일 충북 오송의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고 원장은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병원, 제약, 의료기기, 화장품, 식품 등 보건의료산업을 활성화 하려면 기존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다른 산업과 융합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도전하며,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다양한 혁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 보건의료산업은 제한된 내수시장 안에서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을 반복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 원장은 "기존 틀에 갇혀서는 낮은 의료수가와 약값, 의사·약사·한의사의 갈등과 같은 국내 보건의료산업이 당면한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재정이 제한돼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로 의료비가 급등하고 있지만, 이를 부담할 인구는 저출산으로 줄어드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정부는 국민의 높아진 복지 욕구를 맞춰,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있다. 비용 지출이 많지만 건강보험료를 갑작스럽게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 보건의료산업계가 약값 일괄 인하, 의료수가 삭감 등으로 곤혹을 치르게 된 이유다.
고 원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보건의료산업의 경계가 사라지는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보건의료의 영역이 단순 질병 치료에서 예방과 관리로 확대되는 것도 한 예다. 그는 "건강관리, 항노화, 힐링, 명상, 뷰티도 보건의료산업의 주요 분야로 대두했다"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산업 영역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가 정보통신, 가전, 건설 등 다른 산업과 만나 새로운 산업 창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으로 언제 어디서나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헬스(Ubiquitous Health)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이르면 2015년부터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가 허용돼 모바일을 활용한 원격 건강관리, 개인 건강기록 관리, 홈케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고 원장은 "최근 삼성전자가 한계에 다다른 IT(정보기술) 사업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IT와 헬스케어, 의료기기 등을 접목해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국내 최고급 인재가 몰려있는 보건의료 분야와 기술과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융합한다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 원장은 "최근 국가간 경계가 사라져 의료사업을 수출, 수입하고 해외 환자를 국내에 유치하거나 국내 환자를 해외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일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우수한 한국의 보건의료를 세계에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류 열풍에 따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해외 시장에서 국내 보건의료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진 것도 좋은 기회다.
보건산업진흥원은 미국, 영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중국, 아랍에미리트 등 6개국에 지사를 두고 국내 의료관련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진출국 컨설팅, 수출 인·허가비, 박람회 참가비, 기관 인프라, 네트워크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연간 3000억원 이상의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예산을 병원, 대학, 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고 원장은 "보건의료산업의 영역이 점차 커지면서 이를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국내 유일의 전문기관인 보건산업진흥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면서 "보건의료산업이 우리나라 미래세대를 먹여 살릴 국가 신성장 동력이 되도록 융합,창업,글로벌화 등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오송=이주연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