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료 이용 축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은 노인들이 무료 전철을 이용해 자주 찾는 온양온천역.

도시철도 노인 무임승차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6개 도시의 8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정부 부처에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 이상에서 70세로 높여달라고 최근 건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의 아우성에도 이런 바람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 지방선거·재보궐선거…연이은 선거 일정에 정부 눈치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이 노인 무임승차 연령을 현행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높여달라고 한 것은 막대한 재무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도시철도공사가 무임승차 때문에 감면해준 운임은 4126억원에 이른다. 전국 도시철도공사의 지난해 영업손실(8490억원)의 48.6%에 이르는 수준이다. 공사별로 살펴보면, 서울메트로(지하철1~4호선)는 무임승차 비용으로 1642억원을 감당했는데 영업손실은 1289억원이었다. 무임승차가 없었다면 영업이익을 냈을 수도 있다.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지하철5~8호선)는 영업손실에서 무임승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49.7%, 부산교통공사는 78.5%에 이른다.

무임승차의 대부분이 노인 무임승차이기 때문에 도시철도공사들이 무임승차 연령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갈수록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무임승차 대상 인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는 33만9613명이 무임승차를 이용했지만, 작년에는 37만2024명으로 늘었다. 2020년이면 서울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만 4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도시철도공사들의 의견을 받아주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강한 정치적 결집력을 자랑하는 노인계층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에만 지방선거(6월)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7월)가 예정돼 있다. 정권 2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로서는 중간 평가 성격이 될 수 있는 선거에서 보수 세력의 지지기반인 노인층을 자극해 표를 깎아 먹을 카드를 꺼내 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당장 대한노인회 등 노인단체들도 정부가 무임승차 연령 조정에 나설 경우 결사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정부·지자체 “돈 없다” 한 목소리

도시철도공사들이 애초에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기 보다는 국고 보조 등을 바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무임승차 연령 상향 조정은 사실상 어렵다는 걸 도시철도공사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공사들의 어려운 재정환경 등을 부각시켜서 국고 지원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고 지원에 대해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막대한 예산이 각종 복지사업에 들어가고 있는데 도시철도 무임승차까지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들은 한결 같이 “도시철도 무임비용은 해당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도시철도 무임수송을 정부 차원의 복지정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철도를 운영하고 있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요금 할인 제도는 도시철도공사의 영업정책으로 봐야하지만, 무임수송은 영업정책이 아닌 국가가 수행하는 복지정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국가 정책으로 인해 생기는 비용은 당연히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여러 차례 국회에서 ‘노익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처리가 미뤄졌다.

◆ 노인 무임승차 제도 개선 필요성은 모두 인정

정부와 지자체, 사업자의 이견이 큰 상황이지만 노인 무임승차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다. 이미 프랑스 파리는 지난해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없앴고,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무임승차가 아닌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도시철도공사들이 제출한 건의서에서도 전액 지원에서 50% 지원으로 지원폭을 줄이고, 소득에 따라 할인율을 차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확대와 노인 무임승차 제도 개선을 연계하는 방안도 그 중 하나다. 1996년 노인교통수당이 도입되면서 노인 버스 무임승차는 폐지됐는데, 기초노령연금 확대에 맞춰서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도 개선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가 도입된 1980년 초까지만 해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15%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며 “노인비율이 늘어감에 따라 언젠가는 제도 개선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