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분기마다 시행중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하는 추세를 반영한 조치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재 은행 자체적으로 실시중인 스트레스 테스트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은행마다 제각각인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와 시행방법 등을 일부 통일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다음달 중 시중은행 관계자를 불러 테스크포스(TF) 형식으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동안 금감원은 주기적으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한 적합성 검정을 한 뒤 결과를 개별 은행에 통보해왔지만 전 은행권과 공동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예외적이지만 가능한 사건, 예컨대 전쟁이나 안보상 위기, 부동산 가격 급등락, 부도율 또는 연체율 급상승 등으로 금융회사나 금융 시스템이 받는 영향을 측정하는 수단이다. 금감원은 '위기상황 분석 모범규준'을 금융회사 내규에 반영시켜 주기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비상시 대응 방안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분기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발생가능한 경제적 충격을 가정하고 GDP(국내총생산), 소비자물가 상승률, 민간소비 증가율 등 거시경제지표를 전망한 뒤 은행 경영여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그러나 은행마다 가정하는 시나리오가 다르고, 금감원에서 같은 시나리오를 주는 경우에도 테스트에 사용하는 모형이 제각각이어서 은행 간 비교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 대형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스트레스 테스트의 시나리오를 강화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내년 하반기부터 비유로권 유럽연합(EU) 회원국을 포함해 128개 유럽 은행을 대상으로 은행 감독에 나서기 앞서 이달부터 강화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부실 은행을 먼저 걸러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은행 내부적으로 실시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한 객관성, 정확도가 올라갈 필요가 있어 은행들과 공동작업을 진행하려고 한다"면서 "작업을 하다보면 개선점이 나올 것이고 감독당국 입장에서도 감독조치를 보다 객관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