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남부 란카테(Rancate) 지역에 있는 '바우 바우(bau bau)'는 이동준의 대표작이자 자택으로 20여개가 넘는 스위스 현지 언론에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동준은 처음 이 대지를 접했을 땐 설계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대지 조건이 폭 15m(실제 폭 6m)에 길이가 100m로, 길이보다 폭이 좁아 평면을 짜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스위스의 많은 건축가도 포기했던 땅이었다.
그는 단독 주택으로 쓰기엔 좁고 긴 대지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땅콩주택과 같이 한 필지에 2가구가 들어가는 주택으로 건물을 설계했다. 다만 동-서로 긴 필지의 특성을 고려해 2가구는 서로 다른 방향에 입구를 두고 등을 맞대게 했다. 2가구를 위한 건물이지만, 서로 향(向)이 다르기 때문에 각 가구의 독립성이 보장되면서도 건물의 일체감은 살렸다는 평가다.
전체적인 인상은 박스형이지만, 모서리 부분이 우아하게 곡면으로 처리돼 딱딱해 보이지 않는다. 이동준은 "마감재를 타이탄 징크로 선택해 내구성을 높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주고자 했다"며 "곡면까지 타이탄 징크로 처리하는 것은 유럽에서도 쉽지 않은 고급 시공 기술"이라고 말했다.
내부 평면도 여느 단독주택과 다르다. 보통 1층에 거실과 주방·식당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주택은 대지 중앙부에 주차장이 있다. 1층에서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실제 생활공간을 만날 수 있다. 2층에는 주방과 거실, 방이 있으며, 3층은 서재다.
이동준은 "폭이 좁은 대지에선 저층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시야가 넓어지기 때문에 생활공간을 대부분 위쪽으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집의 전체를 관통하는 계단도 중요한 요소다. 남쪽에 면한 계단은 1층부터 상층부까지 한 번에 이어진다. 층층에 들어선 공간 간의 소통을 돕고, 내부공간이 계단으로 복잡하지 않도록 했다.
◆ 배려의 美 돋보이는 사무 공간 '웹(Web)'
바우 바우(bau bau)를 비롯해 이쉬(ishi)·파지(faggi) 등의 주택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이동준은 최근 실내 인테리어, 가구 제작 등에도 건축가 특유의 디자인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진행된 스위스 코마노(Comano)의 사무실 리모델링 작업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공간 활용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본래 이 사무실은 손님 접객 용도의 공간이 아래층에 있고, 상부에는 복도식의 회랑이 있는 구조였다. 2개 층 규모의 공간의 천장에는 돔형의 창문이 있어 햇빛이 잘 들어온다. 건축주는 이동준에게 1~2층 사이에 뚫린 부분을 막아 2층을 사무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고쳐달라고 부탁했다.
이동준은 뚫린 공간을 그냥 막지 않고, 와플(waffle)처럼 불룩한 모양의 격자식 나무 구조물을 설치했다. 회랑이 있던 공간을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아래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이 답답하지 않도록 한 것. 가장자리가 비어 있는 구조물 덕에 돔형 천장에서 내려오는 자연광이 아래층까지 내려온다. 또 와플 모양의 구조물은 아래층에 있는 사람에게 볼륨감있는 천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건축주는 단순하게 공간을 막아 면적을 넓히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이전까지 높은 천장을 경험한 아래층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폐쇄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공사가 진행된 뒤에도 아래층을 이용하는 사람이 공간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 광장과 건물의 벽돌 파노라마, '소토보스코 와이너리(Sottobosco winery)'
스위스 남부 제네스트레리오(Genestrerio)에 들어선 와이너리 소토보스코는 와인 숙성·제조 공장이자 사무공간이 결합된 공간이다.
이 건물은 탄탄하게 결을 이룬 벽돌 광장이 그대로 곡선을 타며 건물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재료의 연속성으로 대지 위의 광장과 새롭게 만들어진 공간의 경계가 모호한 느낌이다.
광장의 벽돌은 'ㅅ'자 형태로 깔려 결을 이루다 건물부터는 'ㅡ'형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1층은 창문이 없지만, 전면의 벽돌의 일부를 간격을 띄워 쌓아 외부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빛이 내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언덕 위쪽의 건물 후면 일부도 건축법상 포도가 주입되는 장치를 벽으로 막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조적방식을 달리해 건물의 외면 디자인을 유지했다.
이동준은 "언덕지형에 지하공간이 중요시된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밖에서 보기에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며 "다양한 벽돌의 조적방식을 통해 기능성과 시각적인 측면을 동시에 해결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잿빛 벽돌의 인상 때문인지 소토보스코 와이너리는 오래된 건물같이 보이지만, 내부의 와인 숙성·제조 공정은 친환경적인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 언덕 상부에서 포도를 건물 후면의 주입기에 투입하면 중력에 따라 포도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며 숙성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