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스를 창업한 박태훈 대표가 ‘왓챠’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왓챠는 사용자들의 영화 별점 평가를 바탕으로 취향을 분석해 영화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로, 현재까지 약4270만개의 영화 별점을 확보했다.

'왓챠(watcha)'는 지난해 8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영화 추천 서비스다. 이용자들이 영화에 별점을 매기면, 이를 바탕으로 취향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작품을 추천해 준다. 정확한 추천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까지 약 35만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이 서비스를 만든 것은 프로그램스(Frograms)라는 이름의 벤처기업이다. 2010년 이 회사를 창업한 박태훈(28) 대표는 "포털사이트보다 나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를 사용할 때마다 많이 불편했어요. '웹 2.0'(정보의 독점 없이 누구나 데이터를 만들고 공유하는 사용자 중심의 인터넷 환경) 같은 이야기는 전부터 많이 나왔는데, 포털사이트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방식 그대로였으니까요."

KAIST 전산학과 출신인 그가 병역특례를 마칠 때쯤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됐다. 박 대표는 "아이폰이 나오면서 앱 개발이 늘어나고 벤처를 하기 좋은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며 "그때까지 생각해 뒀던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희망대로 왓챠는 지금 포털을 넘어섰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영화 서비스에는 현재 약 550만개의 평점·140자평이 있다. 왓챠는 지금까지 이용자들이 매긴 별점 4270만개를 모았다. 왓챠의 DB에 들어 있는 영화는 1만7000여편. 사용자는 35만명이다.

박 대표는 "창업해서 지금까지 해온 작업을 되돌아보니 '개인화' '추천' '자동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 직후 처음 만든 것은 소셜커머스 추천 서비스였다. 당시 처음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던 소셜커머스의 각종 쿠폰을 이용자의 취향에 맞게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정확한 추천을 하려면 기본적인 자료가 필요해요. 소셜커머스 이용자가 어떤 상품에 댓글을 달았는지, 이 상품을 클릭해서 살펴본 사람이 다른 어떤 상품을 다시 클릭하는지 등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이걸 구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서비스를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6개월 만에 접었습니다."

하지만 '맞춤형 추천'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를 버리진 않았다. 박 대표는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태블릿PC 등) 개인화된 기기를 가지고 있는 시대"라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똑똑하게 제공해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을 함께한 후배와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사람들이 영화 추천해 달라는 글을 많이 올리는 것을 봤습니다. 영화는 상품에 따른 가격 차이가 별로 없고, 요즘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취향이 주된 선택 요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추천 서비스의 두 번째 아이템은 영화로 정했습니다."

이후 20∼30대 30여명을 인터뷰해 어떻게 영화를 선택하고 감상하는지 조사했다. 박 대표는 "인터뷰했던 사람 중 하나가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려고 한 시간 동안 검색하는 게 너무 번거롭다'고 하는 걸 듣고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왓챠의 성공 비결은 정확한 추천이다. 영화를 장르별로 적당히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취향을 읽어낸다. 예를 들어 A라는 사용자가 여러 편의 영화에 별점을 매기면, 그와 비슷한 패턴으로 영화를 평가한 다른 사람들을 찾아낸다. 이들이 재미있게 봤다고 평가한 영화 중에서 A가 아직 보지 않은 영화를 추천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쉽게 말하면 프로그램이 4200만개가 넘는 별점을 완벽하게 숙지하게 하고, 사용자의 별점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추천 결과를 찾아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포털의 영화 별점은 평가자에게 아무런 보상이 돌아가지 않지만, 왓챠는 정확하게 평가할수록 정확한 추천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스는 최근 벤처캐피털 3곳으로부터 2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박 대표는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점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한국어로만 서비스하지만, 영화 정보를 여러 나라 언어로 바꿔 해외로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