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6일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IT·전자산업이 포화됐다고 하는데, 아직 삼성전자가 성장할 여지는 크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면 스마트폰이 주력인 삼성전자의 고성장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어떻게 성장을 지속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 결과로 나온 것이 2020년까지 매출 4000억달러(400조원 이상)를 달성하겠다는 '비전 2020'"이라고 했다.

점유율 확대가 아닌 새 시장 창출

삼성전자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스마트폰 쏠림'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사업 다각화를 제시했다. 이미 존재하는 IT 기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 경쟁에 매달리는 수준을 넘어서, 교육·자동차·헬스케어 등 분야에 IT 기술을 접목해 새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권 부회장은 "자동차산업과 IT를 융합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또 "10년 안에 의료장비 분야 선두주자가 되겠다"고도 말했다. 앞으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오락·정보 제공 장치), 의료기기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애널리스트 데이 행사'에 참석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삼성은 아직 성장할 여지가 크다. 2020년까지 매출 40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권 부회장 이외에도 신종균 IM(IT·모바일) 담당 사장, 윤부근 CE(TV·생활가전) 담당 사장 등 부문별 최고 경영진 7명이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연구개발(R&D) 분야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이런 전략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부품, 완제품, 소프트웨어 등을 모두 보유해 수직 계열화를 이룬 회사다. 기술만 있으면 시장 상황이 변해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신속하게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R&D 센터는 모두 한국에 있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34개의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32만여명의 전 직원 가운데 25%가 순수 R&D 인력이다. 미국 특허 보유 규모도 2위에 올라 있다.

"태블릿도 1위, 2015년 접는 디스플레이 출시하겠다"

전자·IT 분야의 장기 목표도 제시했다. 신종균 IM(IT·모바일) 담당 사장은 "태블릿PC 시장에서도 세계 1위가 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의 태블릿 판매량은 애플 아이패드에 밀리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에서도 애플을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신 사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태블릿 출하량이 크게 늘어 올해는 400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갤럭시 시리즈로 만들어낸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을 활용한다면 1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이후 모바일 기기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에 대한 비전도 내놓았다. 권 부회장은 "오는 2015년 접을 수 있는 폴더형 디스플레이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자유롭게 몸에 걸치는 모바일 기기를 만들려면 화면 등 핵심 부품도 휘어야 한다. 현재 기술은 책받침처럼 힘을 가하면 약간 휘어지는 정도다. 접는 디스플레이는 이보다 훨씬 더 앞선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김기남 사장도 "디스플레이에 센서를 단 헬스케어 제품, 패션 부문과 결합한 '입는 컴퓨터' 등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가전, 신성장동력 될 수 있다"

생활가전 부문에서는 윤부근 사장이 "초고화질(UHD) TV 등 고급 제품으로 8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윤 사장은 "현재 세계 가전 시장에는 전체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는 선도적 업체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 일인자로 올라설 수 있다"면서 "생활가전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LSI(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우남성 사장은 "지난 9월 AP(모바일 기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와 통신 기능 모뎀을 결합한 '통합 칩'을 처음 출하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통합 칩은 만들지 않고 AP만 생산해 왔다. 이번 통합 칩 양산으로 삼성전자가 퀄컴 등 반도체 전문 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대우증권 송종호 연구위원은 "발표된 내용이 중·장기 목표와 관련된 것이 많아 단기 전략을 기대한 이들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2020년 매출 400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한 계획은 대부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