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6일 이례적으로 전세계 애널리스트들을 초청해 대규모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삼성전자가 사업부별 경영현황과 핵심 전략을 이처럼 투자자들의 눈이 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공개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내년도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조기에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2020년에 매출액 4000억 달러(425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며 "스마트 디바이스와 프리미엄 부품 시장에 적극 대응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훈 최무재고책임자(CFO)는 이에 앞서 오프닝 멘트에서 "해마다 시설투자에 200억달러를 해왔고 올해 연구개발(R&D)에 14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설과 R&D,특허, 마케팅, 인재육성,M&A 등 6개 핵심 역량이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3년간 14개 기업을 인수하는데 10억달러(약 1조600억원)정도 밖에 쓰지 않아 보수적인 M&A 전략을 취해왔다"며 "앞으로는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공격적인 M&A를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최대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신종균 모바일정보기술(IM) 부문 사장은 "고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한다는 업계 전망을 다르게 보고 있다"며 "신흥시장에서 성장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에 삼성전자 매출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스마트폰 성장이 선진국 시장에서 정체될 것이라는 증권가와 투자자들의 전망을 신흥시장에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메모리와 부품 사업부는 프리미엄 전략과 저가 시장을 모두 섭렵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전동수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모바일 시대에선 1등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연구개발(R&D) 인력을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까지 메모리솔루션 분야 연구개발(R&D) 인력을 500명에서 700명으로 늘리고, 미국 새너제이와 인도 방갈로에서 운영하고 있는 R&D센터에 이어 중국 시안까지 R&D센터를 확장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최근 발표한 5세대 그린메모리 솔루션을 중심으로 제품 차별화 전략 가운데 하나인 친환경 그린 메모리 역량도 꾸준히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우남성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겨냥해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인터넷 공유기를 하나의 칩에 결합한 모드AP를 개발했다"며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히기도 했다.
선진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견제를 받고 있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고급형 시장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중저가 시장은 아몰레드(AMOLED)를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태블릿은 더 가벼워지고 해상도는 높아지고 있어 와이드쿼드 고선명(HD) 제품 비중이 현재 5%에서 2015년에 4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남 사장은 "내년에는 초고해상도(WQHD) 5인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가 열린 신라호텔 2층 다이너스티홀에는 언론을 포함한 외부인의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주요 행사에는 약 250여명의 기관투자자들과 150여명의 애널리스트, IT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삼성전자 수뇌부의 경영 전략을 듣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간스탠리, CLSA증권, 노무라 증권, UBS 등 유명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도 눈에 띄었고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까지 주요 증권사들의 연구원들도 대거 참여했다. 지난 6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해 주가를 크게 떨어뜨리는 파장을 가져왔던 JP모간증권 측도 모습을 드러냈다.
기관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쉬는 시간마다 삼삼오오 모여 삼성 경영진이 밝힌 경영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로비에서 만난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걸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주가가 하락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이와증권의 이재혁 연구원은 "배당금에 대한 실망으로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신기술과 경영전략을 소개한 것이 유익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기업 설명회를 열고 경영전략과 비전을 공개할 것이란 기대감에 상승 출발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날 개장 30분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며 전날대비 2.29% 떨어진 145만100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