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개입 적절히 활용하고 거시건정성 3종세트 강화해야"
-"내수시장 대외개방도 높여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누적 피해야"

LG경제연구원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현재 1060원대에서 내년에 10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1980년 후반 3저호황과 2000년대 중반 등 과거 원화절상 시기 때보다 세계 교역이 빠르게 늘지 않고 선진국들이 적자 축소 노력을 하고 있어 수출 등 실물경제에 대한 위협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원은 5일 '빨라진 원화강세 한국경제 위협한다' 보고서에서 6~9월 실질실효환율이 5.2% 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9월 원화 환율은 4.3% 가량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2000년대 이후 경상수지가 거의 균형에 근접했던 두 시점(2002년 3분기부터 2003년 3분기까지, 2008년 1~3분기)의 환율을 기준으로 볼 때 그렇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둔화되고 있고 정부의 환율안정 의지도 강해서 당분간 달러당 1050원선이 지지선으로 작용하겠지만 경상수지 흑자 지속, 우리경제의 회복세 등에 따라 내년에는 원화 환율이 달러당 1000원대 초반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은 안정될 것이지만 과거 원화절상 시기와 비교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연구원은 우려했다. 1980년대 후반 3저호황기에 원화 환율은 1986년 880원에서 1989년 670원으로 계속 하락했다. 이 때는 수출증가율이 20%를 넘었으며 경제성장률도 평균 10%에 달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원화 환율이 2001년 1290원에서 2007년 930원까지 절상됐지만 저물가-고성장 시기의 빠른 교역확대에 힘입어 평균 15% 이상의 높은 수출증가세가 지속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3%대 중반에 머물 전망이다. 평균 4.8% 성장한 2000년대 중반 뿐 아니라 4% 가까이 성장한 3저 호황기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선진국 경기가 좋아지고 있지만 수입은 별로 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올해 상반기 1.5% 성장했지만 수입은 금액기준으로 2.1% 감소했다. EU(유럽연합) 지역도 올해 7월까지 수입이 2.7% 줄었다. 세계 전체 교역증가율은 지난해 0.4% 증가에 이어 올해도 5월까지 1.5% 증가에 머물렀다. 2003~2007년 세계교역증가율은 16.7%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연구원은 품목별로 원화가 10% 절상(환율 하락)될 경우 섬유의복과 농축수산물는 수출이 8.5% 감소하고 철강금속은 5.2%, 수송기기는 3.9%, 전기전자는 3.1%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원화가 10% 절하(환율 상승)되면 수출증대 효과는 약 5%로 계산된다고 밝혔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적 갈등을 가져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외환시장 개입을 적절히 활용하고 거시건전성 3종세트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규제완화와 인프라 확충을 통해 내수부문에서의 수요창출력을 높이고, 특히 내수시장에서 대외개방도를 높여 수출, 수입의 균형 증가로 경상수지 흑자가 과도하게 누적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