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쇼핑에 나서던 외국인이 최근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8월23일부터 10월 29일까지 44일 연속 순매수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 후에는 뚜렷한 방향이 없다. 지난달 31일 273억원을 순매도하며 '팔자'로 돌아섰지만, 11월 1일에는 다시 1728억원어치를 샀다. 4일에는 1803억원가량을 팔았다.
조선비즈는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5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더라도 매수 강도는 당분간 약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 매수세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로는 환율과 미국을 꼽았다.
◆ 한국 증시 여전히 매력적…외국인 더 산다
설문에 응한 외국계 증권사 및 자산운용가 5곳(골드만삭스ㆍ모간스탠리ㆍCIMB증권ㆍ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ㆍ베어링자산운용) 4곳은 한국 증시에 앞으로도 외국인 자금이 더 유입될 것으로 봤다.
남동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최고운영책임자(CIO)는 "지난 2009~2010년 2년간 외국인이 50조원 넘게 순매수했던 경우도 있었다"며 "현재 외국인 매수 규모를 감안하면 매수세가 끝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2947억원을 순매수했다.
한국 증시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의견이 많았다. 모간스탠리는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피난처(haven)라는 인식이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더라도 매수 규모가 줄거나, 외국인이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최근 외국인이 매수와 매도를 오가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최고운영책임자(CIO)는 "외국인이 추가적으로 국내 주식에 더 투자할 동기가 부족하다"며 "내수 경제 회복이나 기업 실적 개선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은 외국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코스피지수 2050~2300 전망
코스피지수 전망은 엇갈렸다. 낮게는 2050, 높게는 230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2025.17(4일 종가 기준)이다.
골드만삭스가 12개월 예상치를 2300으로 잡았고, 모간스탠리는 12개월 예상치를 2100으로 제기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2100안팎을 오갈 것으로 봤고, CIMB증권은 2050을 상단으로 예상했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예상치를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도훈 CIMB증권 한국지점 리서치헤드는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과 최근 코스피 지수 상승을 고려하면 외국인 매수 강도는 당분간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며 "연말 코스피지수 전망치 2050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가장 높은 예상치를 제시한 골드만삭스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한국과 싱가포르에 대해서만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내고 있다"며 "매력적인 거시 경제 환경에도 한국의 주가가 싸다(inexpensive)"고 강조했다.
◆ 환율ㆍ미국 경제가 관건
외국인 매수에 영향을 미칠 요소로는 환율을 꼽았다. 올 상반기 1100원대에 머물던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3일 1050원대를 찍었다. 현재 환율은 1062.9원(4일 종가 기준)이다.
남동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최고운영책임자는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환율 하락) 외국인 입장에서는 미 달러화로 환전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수익이 늘어난다"며 "이로 인해 외국인이 이익실현에 나서고 동시에 추격매수를 자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 절상은 피할 수 없다며 방향성보다는 절상 속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모간스탠리는 추가 원화 절상이 코스피지수 하락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CIMB증권도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 가치를 살피라고 조언했다.
환율 마지노선은 1050원으로 봤다.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최고운영책임자는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050원 아래로 내려가면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이를 전후로 외국인이 주식을 팔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과 중국 경제 상황도 지켜봐야 할 변수라고 강조했다. 이도훈 CIMB증권 한국지점 리서치헤드는 "미국과 중국 경제의 회복 정도에 따라 각국의 경제 정책이 어떻게 바뀌는지가 증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흥국 경제 성장 둔화도 한국 경제의 복병으로 봤다. 모간스탠리는 "한국 전체 수출 물량의 70%가 바로 신흥국으로 간다"며 "결국 신흥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