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은행들이 고정이하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예년보다 적게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추이

한국은행이 31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대손충당금적립액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눠 계산)은 작년말 158.3%에서 올해 6월말 현재 114.8%로 6개월만에 43.5%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은행들이 순이익 급감을 막기 위해 부실채권 규모가 작년에 비해 4조원 가까이 늘어났음에도 작년과 동일한 수준(2조4000억원)의 대손상각비만을 비용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국내은행이 지난 1분기(149%)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평균 수준(130%)으로 고정이하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았을 경우 각각 4조9000억원, 300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은행 대기업대출 중 비우량등급대출 비중

한은은 하반기에 대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 부실여신이 늘면서 은행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의 대기업 비우량등급대출 비중은 2008년 3월 8.0%에서 올해 6월말 16.6%로 5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은행 대손상각 전 당기순이익

한편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들의 대손상각 전 당기순이익은 2조5000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3조원대)보다도 낮았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7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4조2000억원) 대비 35.7% 줄었다.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는 0.43%로 작년 상반기보다 0.24%포인트 감소했다. 지속가능한 수익창출력을 나타내는 구조적이익률도 0.29%포인트 줄어든 1.06%에 그쳤다.

한은은 "당기순이익 감소는 가계소득이나 기업실적 악화로 인한 대손비용 적립 증가 보다는 이자이익의 감소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순이자마진이 감소하고 리스크관리 강화로 대출증가세가 둔화돼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시장금리 하락도 은행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이자이익이 연간 1조6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한은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경우 은행 수익성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렵다"면서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비중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은행들이 그동안 상품 및 지역다변화에 소홀해 이자이익 의존도를 축소하거나 해외이익 비중을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