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융프라우 정상으로 향하는 산악열차

스위스 인터라켄 동역에서 기차에 몸을 싣고 약 두 시간 가량을 굽이굽이 올라가면 해발 3453m의 알프스 정상과 마주하게 된다. 이 곳이 바로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유럽 최고의 명소 융프라우 (Jungfrau)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 곳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자신의 코를 의심하게 마련이다. 산악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코끝에 스치는 라면의 진한 냄새 때문이다. 여기가 유럽이 맞나 하는 착각마저 든다. 판매하는 라면은 농심(004370)신(辛)라면의 컵라면 제품이다.

알프스 정상을 한국이 점령한 느낌이랄까. 서양인·일본인·중국인 등 어느나라 사람 할 것 없이 한국 라면을 먹는게 융프라우 정상의 관행처럼 보였다.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매점에서 팔고 있는 신라면

융프라우 정상에서 먹는 라면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한국 사람들은 김치까지 싸 와 라면에 곁들여 먹는다.

융프라우 전망대서 만난 한국인 김상희씨는 “융프라우 정상에 도착하자 마자 외국인들과 우리나라 라면을 먹는 풍경이 낯설면서도 친근하다”며 “신라면을 판매한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에서 공수해 온 김치를 싸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융프라우 전망대 식당 매점은 스위스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매점 주인이 라면을 직접 조달해 판매하고 있다. 융프라우 전망대 식당 점원 엘리사씨는 "하루에 약 2000개의 신라면이 팔려나가며 여름 휴가철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이 팔린다"며 "융프라우 전망대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융프라우 정상에서 팔리는 신라면 컵라면 1개(65g) 가격은 7.10유로. 한화로 약 1만351원이다. 1년에 신라면 컵 제품 하나로만 약 76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신라면 컵라면 1개 가격이 560원인 점을 감안하면 18배가 넘는 비싼 가격이다. 뜨거운 물과 젓가락은 각각 5700원, 2041원을 내고 별도로 사야한다. 가격은 비싸지만 스파게티와 피자 등 느끼함에 지친 여행객들의 입맛을 달래주기엔 얼큰한 신라면이 제격이다.

다만 농심이 지난 6월부터 융프라우 정상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던 ‘신라면 블랙 컵’ 제품은 현재 판매되지 않고 있어 아쉬웠다. 농심은 융프라우 정상에서 팔리던 육개장 사발면 대신 신라면 블랙컵을 판매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을) 직접 융프라우 매장에 파는 것이 아니라 스위스 유통업체에 공급하면, 유통업체가 산악열차를 통해 융프라우 매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현재 블랙 컵 초기물량이 다 소진돼 판매가 잠시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