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현종의 부인 양귀비(楊貴妃)는 피부를 하얗게 유지하기 위해 얼굴에 꾀꼬리 똥을 발랐다고 한다. 기원전 이집트 여왕이었던 클레오파트라도 같은 목적으로 우유 목욕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하얀 피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들의 이상(理想)이다. 국내 시장에 나와 있는 미백용 화장품에는 '닥나무' 등 자연 성분을 이용한 다양한 미백 물질이 들어 있다.

◇'멜라닌' 색소 억제가 핵심

사람의 피부색을 결정하는 것은 '멜라닌' 세포다. 피부 각질층 맨 아래에 있는 이 세포는 '티로시나아제'라는 효소의 자극을 받아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낸다.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멜라닌세포는 멜라닌 색소를 만들고, 이 색소가 피부 표면을 덮어 보호한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될 경우, 멜라닌 색소가 과도하게 생성돼 피부가 검게 변한다. 이 때문에 대다수 미백(美白) 연구는 멜라닌세포가 멜라닌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티로시나아제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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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재료인 '닥나무'는 예로부터 한지를 만드는 사람들의 손이 희고 깨끗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연구 대상이 됐다. 닥나무에는 티로시나아제를 억제하는 '카지놀에프(Kazinol-F)'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아모레퍼시픽 강학희 기술연구원장은 "닥나무 추출물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미백 성분 인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늘'에 들어 있는 '갈릭산'을 이용해 만든 '멜라솔브(Melasolve)'라는 미백 원료도 있다. 이 성분도 멜라닌 색소 생성을 저해하는 효능이 있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백화사설초' 추출물은 자외선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피부 내 염증이나 유해 산소를 억제한다. 백화사설초(白花蛇舌草)는 연하고 가느다란 줄기에 뱀의 혓바닥 같은 잎이 열리고 하얀 꽃이 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은 한해살이풀이다.

◇닥나무, 키위 등 천연 재료에서 추출

야생에서 자라는 갈색 버섯은 그 위에 하얀 곰팡이가 자라면서 검은색이 탈색된다. 피치아(Pichia)로 불리는 이 곰팡이는 발효 미백 물질인 '냅스(NAPS)' 성분을 생성한다. 냅스는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억제해 깊고 진한 색을 띠는 기미나 잡티가 생기지 않도록 해준다.

중국의서 '약성론(藥性論)'에서 아이디어를 찾은 '천녀목란'이라는 나무도 있다. 약성론은 이 나무에 대해 "얼굴에 생긴 기미나 주근깨, 여드름을 없애주고 얼굴을 매끄럽고 광택이 나게 한다"고 적고 있다. 실제로 이 나무에서 찾은 '마그놀(Magnol)' 성분은 미백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식약청 인증을 받았다.

천녀목란은 '천상의 여인'에 비유해 '천녀화(天女化)'라고도 부른다. 국내에서는 강원도에 서식하고 있다. 골드키위와 오미자처럼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천연 미백 물질도 있다. 골드키위 껍질에 들어있는 '쿼세트린(Quercitrin)'은 자외선으로 피부가 노르스름해지는 당화 현상을 억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