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필름카메라의 화질, 색감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는 빠르게 발전해 결국 필름 카메라의 자리를 빼앗았다.

비슷한 현상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 성능이 진화하면서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직격탄 맞은 '똑딱이 카메라'

최신 스마트폰에는 디지털카메라처럼 1000만화소(畵素)가 넘는 카메라가 들어간다. 화소는 화면을 구성하는 미세한 점을 뜻한다. 화소가 많으면 그만큼 사진이 선명하고, 크게 출력해도 화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똑딱이 카메라'로 부르는 소형 디지털카메라는 1600만화소 안팎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4, LG전자 G2의 카메라는 그에 육박하는 1300만 화소를 갖추고 있다. 소니의 엑스페리아Z1는 2070만화소로 어지간한 디지털카메라보다 해상도가 더 높다.

스마트폰에는 디지털카메라가 가지지 못한 강점도 있다. 우선 스마트폰은 찍은 사진을 바로 전송하거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릴 수 있다. 사진 편집용 앱(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사진을 바로 보정하거나 각종 효과를 넣는 것도 가능하다. 파노라마 사진처럼 과거에는 고가(高價)의 전문 장비,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얻을 수 있었던 사진도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찍을 수 있다.

젊은 층은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함께 보는 것을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인다. 이에 맞춰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사진의 품질을 높여 주는 각종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LG전자가 G2에 탑재한 손떨림 방지 기능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달리는 자동차처럼 흔들리는 곳에서도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소형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뚜렷한 하락세다. 일본 '카메라·영상 제품 연합(CIPA)'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11개 일본 제조사가 세계 시장에 판매한 소형 디지털카메라는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의 54.3%에 그쳤다. 지난해 81.8%였던 렌즈 교환식 카메라보다 감소폭이 훨씬 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전 세계 소형 디지털카메라 생산량이 올해 9523만대에서 2017년에는 6564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과 차별화" 카메라 회사들 고심

카메라 전문 제조업체들은 스마트폰과의 차별화를 위해 골몰하고 있다. 캐논 코리아 신상헌 과장은 "30배 이상의 배율처럼 스마트폰에 없는 기능을 탑재하거나, 무선 통신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캐논·후지필름 등 대다수 카메라 전문 제조업체가 와이파이(WiFi·무선인터넷)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판매하고 있다. 니콘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카메라도 출시했다. 가트너는 통신 기능이 있는 카메라의 생산량이 올해 191만대에서 2017년에는 2398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방식에서 앞서가는 업체는 세계 스마트폰 1위 업체인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카메라에 LTE(4세대 이동통신) 기능까지 넣었다. 산이나 바다 같은 곳에서는 와이파이로 사진을 전송하기 어렵지만 LTE를 쓰면 그 자리에서 바로 보낼 수 있다.

삼성전자 박한용 과장은 "카메라에 LTE를 넣는 것은 기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동통신사와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카메라 전문 제조사들이 쉽게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