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판자촌과 게르(유목민의 이동 가옥)가 드문드문 자리를 잡은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30여분을 달리자 작은 공장 몇 개가 들어서 있는 공단 지역이 나타났다.
공단 내 한 곳에서 동아제약그룹 전문의약품 회사인 동아에스티가 몽골에 짓는 첫 제약 공장 착공식이 열렸다. 인도에서 온 티베트 불교 승려들이 공장 설립 성공을 비는 축원문을 읽기 시작했다. 착공식에 참석한 강신호(姜信浩·86)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은 "내년 말까지 이곳에 한국의 '우수 의약품 제조 기준(GMP)'을 충족하는 제약 공장을 세워 몽골 의약품 자급과 수출의 전초기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올 1월부터 몽골 최대 의약품 유통 회사인 MEIC사와 몽골에 제약 공장을 짓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이달 초에는 내년 하반기까지 고혈압 치료제와 해열진통제 등 전문의약품을 매년 1억정 이상 생산하는 제약 공장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 공장은 동아제약이 해외에 짓는 첫 제조 공장이다. 몽골에서도 현대식 제약 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몽골은 의약품의 80% 이상을 수입하고 있으며, 나머지 약품도 가내수공업 형태의 소규모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합작 공장은 MEIC가 지분 50% 이상으로 경영권을 갖는다. 대신 동아제약은 유럽의 대형 제약사들을 제치고 몽골에 가장 먼저 진출하는 실리를 얻었다. 강신호 회장은 "글로벌 시대의 경영 철학은 '같이 해서 같이 먹자'가 돼야 한다. 한쪽만 이익을 보려고 하면 성공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MEIC의 지주사인 비시렐트(Bishrelt)그룹 아루인볼트 회장은 "몽골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유럽을 포함한 많은 다국적 제약사가 접촉해왔지만, '함께 성공하자'는 강 회장의 철학에 감명받아 동아제약을 파트너로 택했다"고 말했다. 몽골 복지부 에르데네투야 차관보도 "이제 수입에 의존하던 약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인구 300만명의 몽골은 의약품 시장 규모가 연 7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성장 잠재력은 크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19%나 됐고, 지하자원 매장량도 풍부하다. 또 이곳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이웃 러시아로 수출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몽골인 숫자가 4만명이나 되면서 한국 의약품 인지도가 높다.
강 회장의 해외 진출 전략은 캄보디아에서도 결실을 보고 있다. 강 회장이 회사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로 키운 '박카스'는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매출 170억원을 올려 미국의 레드불을 누르고 자양 강장제 분야의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29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동아제약은 지난 2~3년 사이 해외 매출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11년보다 74% 성장한 950억원을 해외에서 올렸고, 올해도 26% 늘어난 1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제약은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와도 제약 공장 설립을 논의 중이다. 강 회장은 "일이야 실무진이 다 하는 것이고, 내 몫은 현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면서 "몽골에서도 장학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