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20일 전산사고가 발생했던 농협은행ㆍNH농협생명ㆍ신한은행ㆍ제주은행에 대한 제재가 다음 달 이후로 미뤄졌다. 농협 금융계열사의 전산 시스템은 농협중앙회가 모두 위탁받아 운영하고 농협은행 등 계열사는 이를 관리감독할 의무를 갖는데 전산사고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3ㆍ20 전산사고'에 대한 안건을 올리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은 모든 전산업무를 중앙회가 처리하기 때문에 농협 계열사의 잘못으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농협 계열사가 중앙회를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는 있지만 직접적인 사고는 중앙회에서 발생했고 원인자에 대한 제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제재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이나 NH농협생명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감독 권한은 금감원이 갖지만 농협중앙회에 대한 감독 권한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의 잘못이 커도 금감원이 직접 제재할 방법이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법상 (중앙회를) 제재할 수 있는지 점검해봐야 하고 직접 제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재 조치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전산사고가 반복되는 농협은행 등 농협 금융계열사는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전산시스템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중앙회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고민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은 금융회사라고 할 수 없을만큼 전산관리가 소홀해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도 "중앙회와 계열사 간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원래 2015년 2월까지 중앙회와 전산를 분리할 계획이었으나 2017년 2월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 계열사에 대한 제재가 늦어지면서 신한은행과 제주은행에 대한 제재도 미뤄졌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대규모 전산사고가 드물었고 사고 발생 후 신속하게 복구했기 때문에 경징계가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문제 때문에 제재 안건이 언체 처리될 지는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