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마약 제조업자가 아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구 게임산업협회)가 24일 성명서를 내고 "게임은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10만명이 종사하는 산업"이라며 "이를 '중독 산업'으로 간주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구한말의 쇄국 정책이나 마찬가지이고, 대한민국 게임산업에 사실상 사망 선고를 내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협회 차원에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최근 인터넷 게임을 알코올·도박·마약과 함께 '중독 유발 물질 및 행위'로 규정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최근 연설에서 게임을 '4대 중독' 중 하나라고 표현하는 등 정치권의 게임 규제 움직임에 반발한 것이다.

협회는 이날 홈페이지 첫 화면에 '근조 대한민국 게임산업' 문구를 내걸었다. 법안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게임업계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고 우려한다.

"1위 중국과 온라인게임 격차 점점 벌어져"

한때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의 절대 강자(强者)였던 한국 업체들은 최근 생존을 걱정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3년 게임백서에서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올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7년 5조1436억원에서 6년 만에 시장이 2배로 커진 것이다. 하지만 외적 성장 이면에는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특히 '셧다운(청소년 게임 이용시간 제한)' 규제의 영향을 직접 받는 온라인 게임(PC에서 인터넷으로 이용하는 게임) 분야의 위기감이 크다.

온라인 게임은 국내 시장 비중 69.6%를 차지하는 주력 분야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최근 중국에 밀리고 있다. 진흥원은 "한국이 온라인 게임 세계 2위를 지키고 있지만 1위 중국과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1998년 창업한 중국의 게임·메신저업체 텐센트의 시가총액이 지난달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다. 출발은 한국의 1·2위 게임사인 넥슨(1994년)과 엔씨소프트(1997년)보다 늦었지만 이제는 두 회사 시가총액 합계(10조972억원)의 10배 규모로 성장했다. 텐센트는 현대자동차 시가총액(55조8400억원)보다도 훨씬 많다. 거의 2배 수준이다. 그만큼 게임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시장이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 규제 일변도로 게임 산업에 접근하다 보니 수년간 정체 상태다. 우선 신작 게임이 줄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등급 분류를 신청한 온라인게임 수를 연도별로 보면 2009년 1525건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해 966건이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작년의 절반 수준인 476건에 그치고 있다. K-IDEA 김성곤 사무국장은 "게임이 '중독 산업'으로 매도되다 보니 고급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투자도 막혀 버렸다"며 "게임사들이 정부 규제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작을 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돌파구 될지 미지수

한국 게임업체들이 맥을 못 추는 동안 외국산 게임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2008년 11월에는 PC방 점유율 상위 1∼3위 게임이 모두 한국 제작사 작품이었지만, 올해 10월에는 3개 중 1·2위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피파(FIFA) 온라인3'로 모두 외국 게임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모바일 게임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이 침체된 게임 산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글·애플의 앱(응용프로그램) 장터, 카카오톡 같은 플랫폼에 수수료를 주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에 비해 수익 구조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2011년에 비해 89.1% 성장했다. 올해도 작년보다 5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내년에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8.2%, 2015년에는 7.1%에 그쳐 정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엔씨소프트 이재성 전무는 "게임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인식이 문제"라며 "실효성도 없는 규제보다는 게임 업체, 이용자들이 자율적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