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자동차 시장만은 예외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올 들어 1분기 7.7%, 2분기 7.5%, 3분기 7.8%로 7%대가 고착화하고 있다. 2010년 두 자릿수 성장(10.4% )을 거둔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자동차 수요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훨씬 더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현대차 부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중국 승용차 시장은 1695만대 규모로, 작년과 비교해 13.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도 9.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시장은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올랐다. 이후 양국 간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올 들어 울산 현대차 노조 부분 파업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괜찮은 실적을 거둔 것도 바로 중국 시장의 호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터라이제이션 중국 전역으로
전문가들은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중국에서 승용차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 중 하나로 중서부 지역의 '모터라이제이션(motorization·자동차 보급의 급속한 확대)'을 든다. 2011년 기준 중국의 자동차 보급률은 인구 1000명당 69대에 불과하다. 미국(795대), 일본(597대),한국(370대)에 비하면 아직도 자동차 소비 수준이 초기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를 처음 사는 계층이 중서부 지역의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은 최근 들어 경제 성장이 급속히 진행되는 곳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모터라이제이션이 진행된 동부연안 지역에선 자동차 교체 수요가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여가 활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부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한국은 19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자동차 구매가 급격히 늘었다"며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고 땅이 넓어 다른 나라처럼 10여년 만에 모터라이제이션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빠른 임금 상승 속도도 차 시장 팽창에 한몫을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매년 14.2%의 임금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작년 중국의 도시 근로자 평균 연봉은 4만7000위안(약 820만원)이었으며, 베이징시는 근로자 평균 연봉이 6만2000위안(1080만원)을 기록했다. 베이징현대의 신입사원 연봉은 우리 돈으로 1500~1800만원, 중간관리자인 과장급의 연봉은 3000만원 수준이다. 현대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아반떼 위에둥의 판매 가격이 16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견실한 직장의 중간관리자급이라면 충분히 차를 살 만한 소득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한국은 모터라이제이션이 시작한 1982년 전후, 연평균 근로소득이 350만원 수준이었다. 당시 현대차 포니(최초 고유모델)의 가격은 220만~250만원이었다.
◇차 업계, 치열한 설비 증설 경쟁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 간에는 치열한 설비 증설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내 외국계 합자회사의 생산 능력은 내년에만 140만대가 늘어난다. GM(60만대 증설), 포드(35만대), 닛산(15만대)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100만대 판매를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1월에는 3공장의 15만대 생산 설비가 추가로 가동된다. 또 충칭(重慶) 지역에 4공장 설립(30만대 규모)도 검토 중이다. 4공장이 가동된다면 현대차의 중국 시장 승용차 생산 규모는 16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기아차도 내년 2월 3공장(30만대)이 가동되면 연간 90만대 판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가 강성노조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꾸준히 글로벌 시장에서 커가는 이유는 세계 최대이며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선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올 들어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6.7%. 작년보다 0.5%포인트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