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일자리는 제조업에서 53만개, 서비스업에서 356만개가 늘어나 고용 증가의 대부분이 서비스업에서 발생했지만 서비스업에서 좋은 일자리 비중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의료 법률 회계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 규제로 가로막혀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업이 고용의 양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고용의 질을 높이는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일 '좋은 일자리 관점에서 본 한국고용의 현주소' 보고서에서 고용안정(상용직 비중), 경제적 보상(임금), 근무조건(근로시간) 등 3가지 지표로 좋은 일자리의 현황을 파악했다.

조사 결과 제조업은 2002년 22.6% 수준이었던 좋은 일자리 비중이 10년 사이 34.8%로 늘었다. 제조업 1인당 보수는 4500만원으로 전체 산업 평균 3700만원보다 높았다. 1인당 임금 분포를 봐도 상위소득자 비율이 2002년 21%에서 2012년 31%로 10년 사이에 10%포인트 올랐다. 보고서는 "제조업의 전체 일자리는 53만7000개 늘어난 데 비해 좋은 일자리는 57만6000개가 증가해 생산성 향상 등 덕분에 새로 생긴 일자리가 대부분 좋은 일자리였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 부문별로는 ▲반도체, 자동차 등은 전체 고용과 좋은 일자리가 함께 늘어나는 일자리 유지형으로 ▲전기기계, 합성수지 등은 좋은 일자리는 늘어나나 고용증가율은 둔화되는 글로벌 분업형으로 ▲섬유 및 가죽업 등은 전체 고용과 좋은 일자리가 함께 둔화 또는 감소하는 일자리 유출형으로 분류됐다.

반면 서비스의 좋은 일자리 비중은 지난해 29.8%로 10년 전인 2002년(27.6%)에 비해 소폭 증가한 데 그쳤다. 10년 새 좋은 일자리는 137만5000개 늘어 총량으로 따지면 제조업의 2.4배에 달했지만 서비스업 전체 일자리 증가분(356만개)의 39%에 그쳤다. 서비스업 근로자의 1인당 보수도 3200만원으로 전체 산업 평균에 못 미쳤다. 상위 소득자 비율도 2002년 27%에서 지난해 29%로 그다지 개선되지 못했다.

서비스업 중에서 2000년 이후 고용이 가장 빠르게 늘어난 업종은 사회복지(연평균 20.6%)나 청소, 경비 등 기타사업서비스(12.8%) 등 좋은 일자리가 적은 부문이었다. 연구기관ㆍ사업관련 전문서비스 등 좋은 일자리 비중이 높은 일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고용이 7~9%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강준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서비스업 등 대외충격이 적은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분석을 보면 서비스 시장 확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서비스업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맞지만 좋은 일자리 비중은 정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서비스업은 특히 생계형 일자리와 고부가가치형 일자리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경제 전반의 고용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함께 기업비용이 늘어나지 않도록 제조기반을 강화하는 산업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제조업 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통신, 금융, 사업서비스 등 생산자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