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크로스역 사진

소설과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둔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에선 주인공 해리 포터와 친구들이 매 학기 마법학교 호그와트로 가기 위해 특별한 정거장에서 열차를 탄다. 주인공들이 돌진해 들어가는 가상의 '9와 4분의 3 승강장'을 통해서다. 거무튀튀 벽과 기차가 내뿜는 증기로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곳은 영화 세트장이 아니다. 영국에 실제 역사로 쓰이는 킹스크로스(King's Cross) 역이다.

최근 이 킹스크로스역과 광장이 2009년부터 4년 간의 재개발 프로젝트를 마치고 지난 9월 26일 대중에게 공개됐다. 킹스크로스역은 연간 약 4700만 명이 이용하는 런던 교통의 중심지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9월 24일 "150년 만에 1852개의 아름다운 벽돌 디자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며 "어둡고 침침했던 우범지대가 반짝이는 공공장소로 다시 태어났다"고 전했다.

킹스크로스역 사진

1852년 건축가 루이 큐빗(Lewis Cubitt)이 설계한 킹스크로스 역은 지난 41년 간 역사 정면에 자리 잡은 초록색 지붕의 건축물에 가려져 직원들에게 '끔찍한 창고'라는 오명을 듣고 있었다. 또 낡은 건물 외형과 내부, 거대한 초록색 지붕에 가려 음침하고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조성돼 노숙자와 술주정뱅이의 온상이었다.

이에 영국철도공사 네크워크레일(Network Rail)은 초라한 킹스크로스역과 광장을 다시 한번 런던의 명소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2009년부터 재개발에 들어갔다. 2010년에는 네트워크레일이 주최한 공모전에서 우승한 스탠톤 윌리엄스(Stanton Williams) 건축 사무소가 역과 광장 주변을 재건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초록색 지붕 건축물이 남아 있는 에전의 킹스크로스역의 모습

2013년 1월 스탠톤 윌리엄스 팀은 킹스크로스 역사 바로 앞에 있던 초록색 지붕의 건축물을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건물은 1970대 초 임시로 지어졌으나 영국 의회의 지지부진한 철거 승인으로 인해 지난 40여 년 동안 방치됐다. 건축팀은 광장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초록 장막을 제거함으로써 킹크로스역의 빅토리아 시대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냈다.인위적인 '초록색 장막'이 제거된 역 앞 광장에는 많은 나무를 심어 심었다. 또 늦은 밤까지도 킹스크로스 역 건물과 광장의 화강암 벤치들을 돋보이게 하는 새로운 조명 시스템을 구축해 7만5000㎡(약 2만2687평)의 '반짝이는' 광장을 만들었다.

킹스크로스 재개발 프로젝트는 4년 간 총 550만 파운드(약 95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9월 26일 "이번 재개발 사업은 런던 올림픽 만큼이나 큰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킹스크로스역의 변화를 시작으로 일대 지역의 개발 촉진과 상권이 되살아나는  '르네상스'가 시작된다는 것.

킹스크로스역 사진

킹스크로스역 재개발과 더불어 22억 파운드(약 3조 8000억 원)의 민간 자본을 투입해 현재 사용하지 않는 역사 근처의 오래된 철길을 헐고 집과 사무실, 식당과 체육관, 호텔과 대학 등을 짓는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27만㎡(약 8만1675 평)에 달하는 황폐지구(사회적 · 경제적 요인에 의해 도시 활동이 정체되어 도시 기능, 환경의 황폐화가 진전되고 있는 지역)가 4만5000명의 사람들을 위한 생활 공간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지난달 26일에 킹스크로스 역에서 열린 공식 개막식에 참석한 패트릭 맥러플린(Patrick McLoughlin) 교통부 장관은 "사람들이 다니기 꺼려하던 이 곳이 새롭게 태어났다"며 "건설 근로자들과 건축가들이 '놀라운 작업'을 해냈다"고 감탄했다.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런던 시장은 "킹스크로스 역은 외형적으로 아름답게 변했을 뿐만 아니라 교통의 중심지로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주변 상권을 부흥 시켜 지역 성장에 이바지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