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51)는 국내 건축계에서 목(木) 구조 방식을 적용해 건물을 짓는 몇 안 되는 건축가다. 나무를 이용해 짓는다고 하면 한옥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는 단면이 2인치X4인치인 짧고 가벼운 목재로 틀을 짜서 건물을 짓는 경골목 구조를 애용한다.

경골목 구조는 국내에선 흔히 2층 이하의 목조 주택을 시공할 때 쓰는 방식이었다. 철근 콘크리트 방식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고, 마감재의 사용도 제한적이어서 그동안 저렴하게 빨리 짓기 위한 방편 정도로 인식돼 왔다. 건축가들도 목조 주택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조남호도 그랬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일어난 외환 위기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진 그는 설계뿐 아니라 시공까지 일괄 수행할 수 있는 목조 건축에 눈을 돌렸다.

교원그룹 도고연수원 게스트하우스.

철근 콘크리트 방식은 복잡하고 여러 분야의 협력이 필요해 건축가가 쉽게 접근하기 어렵지만, 목조 건축은 솜씨 좋은 목수만 구하면 함께 시공을 해나가며 일을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골목 구조를 기반을 둔 목조 건축을 배운 조남호는 1999년 목조 건축으론 처녀작인 서울 서초구의 신원동 주택을 지었고, 2000년 교원그룹 도고원수원 게스트하우스 역시 경골목 구조 방식으로 준공시켰다.

이 건물로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조남호는 계속적인 목조 건축을 통한 실험을 이어갔다. 알즈너 코리아 본사·연구소(2006·건축가협회 작품상),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2011·올해의 건축 7선) 등으로 이어지는 작업으로 조남호는 한국 건축계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방배동 집'으로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과 올해의 건축 7선에 이름을 올렸다.

◆ 시공간의 변화를 고려한 '방배동 집'

서울 서초구 방배동 12-38번지의 지상 3층 규모의 이 단독주택은 거리에서 보면 어떤 용도의 건물인지 알기 어렵다. 마치 요새처럼 백색 화강석 벽으로 사방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면에서 바라보면 돌벽 중간쯤에 뻥 뚫린 사각 구멍이 있어 마치 거대한 조각품을 연상시킨다.

'방배동 집'이 폐쇄적인 형태인 것은 주변 환경이 급속하게 변한 것에 대응해 신축한 건물이기 때문이다. 2006년 방배동 집 정면을 중심으로 남서 방향에 15층 규모의 아파트 5동(棟)이 들어섰으며, 이어 4층 규모의 연립주택도 새로 생겼다. 이전까지 남산이 한눈에 들어오던 이 곳은 조망은커녕 햇빛도 잘 들지 않게 됐다.

방배동 집 전경.

조남호는 "건축주가 이전 집을 손수 지은데다 오랫동안 살아온 기억을 남겨두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길 꺼려해 같은 장소에 신축을 결정했다"며 "시선을 흩트리는 곳은 막고, 조망권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곳은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 건물은 도로에서 보면 높은 벽과 사각 구멍밖에 보이지 않지만, 하늘에서 바라보면 상부는 열려 있다. 1층은 필로티 방식으로 집이 띄워져 있고, 2층부터 구성되는 집 내부는 중정과 넓은 데크로 개방적인 느낌이 든다. 밖에서 보면 철옹성 같지만, 내부 분위기는 정반대다.

실질적인 생활공간은 'ㄱ'자 형태다. 보통 주택은 거실을 중심으로 방과 부엌이 배치되지만, 이 집은 식당을 중심으로 동쪽과 남서쪽에 각각 안방과 거실을 놓았다.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안주인을 배려한 것.

다만, 내부 공간을 구획하는 벽은 쉽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했다. 전체 구조는 철근콘크리트 방식으로 시공했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내부 공간은 경골목 구조를 활용한 건식 벽돌로 쌓았다. 이 집의 사용자와 용도가 바뀔 것을 대비한 것이다.

방배동 집 전경.

조남호는 "신축 당시 건축주는 60대 후반인 자신의 나이를 들어 새로 들어설 집의 향후 쓰임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며 "건축주 이후의 사용자를 예상해보고, 건물 주위가 카페·레스토랑·갤러리 등으로 바뀔 것을 감안해 설계했다"고 말했다.

방배동 집은 필로티 방식으로 집을 띄우고 화강석 벽으로 사방이 막힌 기하학적 형태지만, 내부공간은 신축 이전의 생활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구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건물이다.

◆ 목재가 만들어내는 색다른 미감(美感),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641-4. 조남호가 설계한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은 대학생의 영원한 'MT' 장소로 꼽히는 강촌 유원지가 이곳저곳에 자리한 북한강 중류 인근에 있다. 이 건물은 목조 건축이라는 특이성과 함께 공간적으로 여러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 전경.

총 2만5908㎡의 대지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 이 건물은 철근콘크리트 조와 중목 구조, 경골목 구조가 혼용됐다. 각 구조 방식이 가지는 장점을 활용하고, 단점을 보완한 격이다. 건물 규모를 키우면서도 꼼꼼하게 세세하게 공간 활용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숙소동과 본관으로 나뉜 수련원은 우선 외관부터 다르다. 본관은 밖에서 보면 나무로 지어진 건물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거무튀튀한 동판을 마감재로 사용해 목재가 그대로 드러나는 숙소동과 대비시켰다. 그러나 본관 내부는 건물을 지지하는 구조목과 한옥의 대들보와 서까래 역할을 하는 목자재들로 나무 냄새가 물씬 풍긴다.

조남호는 "목재만이 가진 편안한 분위기도 있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뼈대인 구조목(木)이 마치 직물처럼 짜여 있어 철근 콘크리트 조의 건물과는 전혀 다른 '핸드 메이드(hand made)'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 본관 내부 전경.

본관에 들어가면 탁 트인 내부에 다소 어안이 벙벙하다. 중·고등학교 강당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본관은 강의와 홀, 식당 등 세 개의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 구분은 이동식 칸막이 2개를 설치해 해결했다. 인원과 활동 특성에 따라 공간 활용을 자체적으로 조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남호는 목수의 손에서 비롯되는 목재의 짜임을 통해 벽을 만들고 공간을 구축하면서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한다고 했다. 설계 도면을 그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하고 새로운 공간 구축의 가능성을 엿보는 것이 자신의 화두라고 했다.

그는 "만드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세계 건축계의 화두나, 동네 건축가 한명의 화두나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작은 고민이던 큰 고민이던 직접 만들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모두 소중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