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일부 경제지표의 개선이 지체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점진적으로 완만한 회복세에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는 제조업의 낮아진 평균 가동률, 높은 수준의 재고율 등을 꼽았다.

KDI는 7일 '경제동향 10월호'에서 산업생산이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하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여전히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8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보다 0.7% 늘며 한 달만에 증가세로 전환했고,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ㆍICT의 생산 확대로 9개월 만에 최대폭(1.8%)으로 증가했다.

KDI는 미래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경기 개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기준치를 하회하는 수준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아직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간 소비는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8월 소매판매액은 전달보다는 0.4%, 전년 동월보다는 2.5% 늘었다. 소비재생산지수와 내수용 소비재출하지수도 전년 동월보다 각각 3.3%, 1.8%의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올 들어 지속한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고 KDI 는 평가했다.

수출은 조업일수 영향으로 감소했지만 일평균 수출액이 증가하는 등 완만한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9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지만 일평균 수출액은 7.5% 늘며 증가세를 지속했다.

설비투자는 8월 설비투자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4.6%의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돼온 극심한 부진에서 다소 벗어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단 운송장비(56.4%)가 일시적으로 많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설비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계류(-4.5%)는 국내기계수주 증가에도 계속 줄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는 민간, 제조업 중심으로 점차 개선되고, 투자 관련 BSI(제조업경기실사지수)도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봤다.

KDI는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이 8월에 76.5%로 소폭 상승했지만 올 3월 이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재고율도 높은 수준(115.1%)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경기 회복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건설수주도 감소세(-11.5%)를 잇고 있어서 최근의 건설투자 증가세가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기성이 16.8% 늘어나는 등 건설투자는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지만 건설수주의 지속적인 부진은 건설 투자의 회복을 짓누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