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계동 M아파트는 지어진 지 25년이 지났다. 오래된 건물이라 에너지 효율은 요즘 지어진 아파트와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취약하다. 겨울이면 난방을 아무리 해도 코끝에서 창 틈에서 들어오는 찬 바람을 느낄 정도다. 이 아파트는 결국 창틀 단열성능을 보강하고 창호를 교체했다. 들어간 공사비는 180만원. 하지만 난방 성능은 35%나 높일 수 있었다. 에너지 절감 비용으로만 따지면 1년에 29만원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공사비에 이자를 더해도 7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M아파트처럼 지어진 지 오래돼 에너지가 곳곳에서 새는 건축물이 부지기수다. 우리나라의 경우 준공된 지 15년 이상 된 건축물이 전체 건축물에 차지하는 비중은 74% 정도. 이 때문에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이 낮은 점이 항상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사무용 빌딩이나 공장이 아닌 일반 주택은 정부의 건축물 에너지 절감 대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내년부터는 이런 상황이 달라진다. 정부가 에너지 절감 시설을 설치하는 건축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택 건축주가 에너지 절감 시설을 설치할 때 민간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대출해주고, 정부는 에너지 절감 정도에 따라 이자비용을 최대 전액까지 지원하기로 했다"고 7일 말했다. 정부가 지난 7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건축물 에너지 수요 절감을 위한 그린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예컨대 공동주택의 창호 교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고 하면, 건축주는 금융기관에서 초기 공사비를 대출 받을 수 있다. 공사비는 에너지 절감 비용으로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이자 비용만 남게 된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방안은 에너지 절감 정도에 따라서 정부가 이자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일부분만 부담하는 정도가 아니라 에너지 절감 효율이 매우 좋을 경우에는 이자 비용 전체를 부담하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 일단 2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민간 금융기관 대출 이자가 약 3% 정도라고 가정하면, 600억원 이상의 사업비 대출 지원이 가능한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산 책정 과정에서 원하는 만큼의 예산을 받지 못했지만, 시범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며 "내년 시범사업 성과가 좋으면 2015년 이후에는 사업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는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주택 소유자의 초기 투자비를 에너지 비용 절감액으로 25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독일도 주거용 건축물의 에너지 절감 정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