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이 그룹 계열사인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 철회를 요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 철회 성명서는 정진석 사장을 비롯 임직원 일동 명의로 돼 있는데, 회사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노조도 아니고, 회사 전체가 모그룹에 반기를 든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2일 동양증권은 임직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동양시멘트의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10월 1일에 있었던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동양시멘트는 재무구조가 비교적 우량하고 시멘트업계 매출 2위의 탄탄한 기반을 보유한 기업인데, 갑작스럽게 법정관리를 신청해 동양시멘트 회사채 등에 투자한 고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증권은 그동안 동양그룹의 계열사로서 동양그룹의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집중적으로 팔아왔다. 특히 동양증권 정 대표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으며 지난달 초 서울 강남허브센터에서 직원들에게 계열사 CP 판매에 대한 협조를 부탁하기도 했기 때문에 이런 태도변화는 대단히 갑작스러운 것이다.
이와 관련, 동양증권 관계자는 "그룹과 합의나 조율없이 독자적으로 성명서 발표 결정을 내렸다"이라며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객들이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 대표가 현재현 그룹 회장의 측근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문제는 개인적 친분과 별개의 문제"라며 "정 대표 역시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증권가 일각에선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동양그룹의 결정에 증권사 차원에서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워크아웃을 진행하지 않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이 경영권을 유지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현 회장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인데,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현 회장은 "계열사들의 법정관리는 없을 것이며, 동요하지 말라"고 말했었다는 것.
이 때문에 정 대표 역시 회장을 믿고 계열사 관련 채권을 팔라고 독려할 수 있었던 것인데 약속과는 달리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동양증권 역시 독자생존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열사 기업어음(CP) 판매 독려로 위기에 처한 정 대표가 성명 발표라는 강수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일단 '꼬리 끊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어차피 동양증권은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인데, 계속 그룹 전체와의 관계가 구설수에 오르면 추가 자금 이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최대한 고객의 자금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경우 동양 그룹 전체를 놓고 봐서도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룹측의 양해가 있었을 것이라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 현 회장의 아들인 현승담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가 회사를 떠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오너 일가의 책임 회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 회장의 사위인 김봉수 그룹 전략담당 상무도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동양그룹 관계자는 동양증권의 성명서 발표와 관련, "우리도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동양증권 얘기를 들은 뒤 어수선하긴 했는데, 사실 지금 회사가 워낙 시끄러운 상황이라 이에 대한 정확한 그룹 입장 같은 건 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