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래형 자동차 신기술을 연구하는 경기도 의왕 중앙연구소의 인력과 규모를 현재의 두 배로 키우기로 했다. 지능형센서, 차량용 반도체, 초경량 신소재 등 미래 자동차의 첨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26일 "중앙연구소의 연구 시설을 올해 말까지 현재의 15층에서 21층 규모로 증축하고 현재 250명인 전문 연구 인력은 내년까지 두 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연구소 투자를 결정하며 "독일 보쉬나 미국 델파이 같은 해외 부품 전문 업체들한테 지원받지 말고 우리가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만드는 진짜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지시했다.

현대차그룹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개발 중인‘웨어러블(Wearable·몸에 착용하는) 로봇’을 시험하고 있다. 이 로봇은 2020년 이후,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무거운 부품 조립을 대신하거나 각종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경기도 화성에 '남양 종합기술연구소'를, 경기도 용인에 '마북 환경기술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남양 연구소는 당장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되는 기술을, 마북에서는 수소연료전지차 같은 친환경차 개발을 맡고 있다. 2009년 가장 나중에 지은 의왕 중앙연구소는 가장 앞선 신기술을 개발하는 '미래 연구본부' 역할을 담당한다. 남양 연구소가 그룹의 현재를 책임지고 있다면, 의왕 연구소는 미래를 책임지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3개의 연구소를 통해 단기적인 신차 개발은 물론 중장기 신기술 연구를 아우르는 '연구소 3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에선 의왕 중앙연구소가 삼성그룹의 미래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삼성종합기술원'과 비슷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본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작년 말 기준 1600여명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의왕 중앙연구소도 장기적으로는 삼성 종기원에 못지않은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임태원 중앙연구소장(상무)은 "10년 뒤면 지금보다 밀도가 2배 높은 배터리, 기존 알루미늄보다 30~40% 강성이 높은 신소재, 무인자동차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누가 먼저 보유했느냐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의 성패가 판가름날 것"이라며 "현대차도 세계 최초 신기술을 여럿 보유해 기술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을거리를 개발하는 경기도 한국거래소는 26 의왕의현대차중앙연구소.

의왕 중앙연구소는 크게 4개 팀으로 꾸려져 있다. 차량용 반도체와 고밀도 배터리, 반투명 태양전지 등을 개발하는 '환경·에너지'팀, 주변 물체 영상 인식, 센서 융합, 운전자 성향 인식 기술을 맡는 '지능형 안전'팀, 사람의 행동과 인지 구조를 연구하는 '인간 편의'팀, 초경량 신소재를 개발하는 '기반 기술'팀이 그것이다.

이 중 지능형 안전팀에서 가장 먼저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전망이다. 고령(高齡) 운전자가 주행 중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켰을 때, 차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해 갓길로 비상 대피하고 응급센터에 연락하는 기능까지 갖춘 첨단 차량 기술이 2020년이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폐막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2020년 무인자동차 출시 계획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는데, 현대차 역시 벤츠와 비슷한 시기에 이 기술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능형안전연구팀 권형근 팀장은 "좁은 골목길에 들어섰을 때, 과연 통과할 수 있을지 없을지 쩔쩔매는 상황에서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고 핸들에서 손을 떼면 차가 알아서 운전해주는 기능은 머지않은 미래에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연구소는 레이저광선을 이용한 레이더인 '라이더'와 초음파 센서 2개를 부착하고, 정밀 제어 시스템을 가동한 고령자 친화형 주행 기술 개발을 상당 부분 완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