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객수 수천만명..시간 필요하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전산시스템에 반영해야할 고객 주민등록번호 암호화 전환 건수가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은행들은 주민등록번호를 암호화해 전산시스템에 적용해야 하지만 고객 수가 수 천만명에 이르다보니 수백억원에 이르는 비용과 기술력,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관 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올해내 기획점검을 실시해 암호화작업이 미진한 금융회사들에 대해서는 법적인 처벌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고객 주민등록번호 암호화 전환을 위한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은행의 경우 거래 고객수가 약 3000만명에 이르는데 고객들의 주민등록번호 암호화 전환에 필요한 시간만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시스템 시험운영 기간 등을 거치면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시중은행 전산담당자는 "고객 주민등록번호 암호화를 위해서는 사실상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에 준하는 비용과 시간,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5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입해야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안행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전 금융기관들에게 '금융기관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전달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를 암호화하거나 위험도 분석을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암호화하지 못하면 위험도 분석을 실시해 이를 만족하면 법적 처벌을 면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위험도 분석항목은 26개로 이뤄져 있으며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은행들은 현실적으로 26개 항목을 충족시킬 수 없다며 조건완화 등을 금융당국과 안행부에 건의했다.

이에 대해 안행부는 "가이드라인 제정 시 금융당국과 합의를 봤기 때문에 더 이상의 필요없는 논란을 일으키지 말라"며 은행들에게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5일 금융회사 최고정보책임자(CIO)들에게 금융보안강화를 주문한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은 보험사와 카드사들은 올해내 대부분 주민등록번호 암호화 전환을 끝마치겠다고 금융당국과 안행부에 계획서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