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출 중소기업들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던 환헤지옵션상품 키코(KIKO) 사태에 대해 사실상 은행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5년간 논란을 빚어온 키코 사태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6일 "키코 상품은 환헤지(환율 등락으로 손실을 보지 않도록 환율을 현재 시점으로 고정하는 것)에 부합한 상품으로 은행이 이를 판매한 것은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 "어떤 계약이 불공정한지 여부는 계약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향후 외부환경 급변에 따라 일방에 큰 손실이, 상대방에 상응하는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해서 그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일반적인 거래에서 용역의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판매이익금을 알려줄 의무가 없고 은행이 거래시 일정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은 시장경제 속성상 당연하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사건에선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은행 측에 일부 배상 책임을 물었다. 대법원이 키코상품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리면서 불완전판매 등에 대해서는 은행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수산중공업은 우리은행과 씨티은행을 상대로 총 183억원의 소송을 냈으나 1·2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다. 세신정밀의 경우 신한은행이 피해액의 30%를 돌려주라는 1심과 2심과 같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로 결론났다. 모나미에 대해서는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모나미는 SC은행을 상대로 총 94억원의 소송을 제기해 1심은 패소했지만 2심에서 피해액의 20%를 돌려주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2000년대 중반 은행과 키코 계약을 체결한 해당 중소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격히 올라 막대한 손실을 봤다. 금감원 집계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키코사태로 입은 기업들의 손해액은 3조3528억원에 달한다.

☞키코(KIKO)
키코(KIKO)는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약자로, 환율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이 가입하는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이다.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어(풋옵션) 환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범위를 넘어서면 계약금액의 몇배를 시장가격보다 낮게 팔도록 설계돼 있어(은행의 콜옵션) 기업은 환차손을 입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