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의 창업자 출신인 박병엽 부회장(51)이 기업 실적 악화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사임을 표명했다. 내달부터 팬택 직원 80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무급 휴직을 실시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24일 팬택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이날 채권단을 만나 자발적 사임을 표명했다. 박 부회장은 조만간 팬택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하고 10월부터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팬택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유치했음에도 회사가 안팎으로 고전했다"며 "박 부회장이 채권단과 임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사임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특히 "10월부터 6개월간 직원 800명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제를 실시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로로 인한 건강상 문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3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팬택은 4분기 연속 적자(영업손실)를 이어가고 있다. 팬택은 올해 2분기(4~6월)에 4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1분기의 78억보다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매출액은 332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3% 줄었다.
팬택은 2011년 11월 워크아웃을 졸업한뒤 베가 시리즈 스마트폰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점유율 확대를 꾀했다. 그러나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애플 등에 밀려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 매출이 부진했고 작년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박 부회장은 팬택의 경영과정에서 고비마다 '승부수'를 띄워 위기를 헤쳐나간 CEO로 평가받는다. 최근 실적이 악화되자 박병엽 부회장은 올해 3월부터 회사 경영을 이준우 부사장(대표이사)에게 맡기고 본인은 자금 유치에 몰입했다. 박 부회장은 작년 말부터 주요 전자업계 고위 임원들을 만나면서 투자 유치를 위해 발로 뛰었고 지난 5월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005930)로부터 총 530억원을 투자 받았다.
과거에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는 5년간 새벽에 출근해 한밤중까지 근무하면서 회사 정상화에 힘썼다. 지난 2011년에는 돌연 "사퇴하겠다"고 선언해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 졸업장을 받아 내기도 했다. 올 초에는 주주들의 쓴소리를 들어가면서도 4대 1 무상감자안을 통과시켜 외부 투자금 유치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박병엽 부회장은 전라북도 정읍 출신으로 맥슨전자에 입사, 전화기를 판매하는 영업을 하다 29세때 전화기 제조회사 팬택을 창업했다. 팬택은 '디카폰(디지털카메라폰)', '슬라이드폰', '가로본능폰' 등 휴대전화를 개발하면서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 3강에 올랐다. 연간 1000만대 이상을 생산하며 세계시장에서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팬택 관계자는 "회사 매출이 줄어든 만큼 몸집도 축소하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 개선을 하고 있다"고 "월 15만대인 휴대전화 판매량을 월 20만대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