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기로 했다.

제일모직은 23일 패션사업부문의 자산, 부채, 기타 관련 권리·의무 등을 포함한 사업부문 일체를 삼성에버랜드주식회사에 포괄적으로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총 양도가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하며, 이번 양도에 따른 조직인사 개편 등은 오는 12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제일모직의 이같은 결정은 높은 케미칼과 전자재료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매출을 살펴보면 케미칼이 44.4%, 전자재료가 26.1%를 기록, 대부분의 수익이 패션 이외의 사업 부문에서 나왔다.

1954년 설립된 제일모직은 직물사업을 시작한 이래, 1980년대에는 패션사업, 1990년대에는 케미칼사업에 진출했다. 2000년부터는 전자재료사업을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실제로 제일모직은 2010년부터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핵심 재료인 폴리카보네이트 생산라인 증설, LCD용 편광필름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 합병 등 대형 투자를 통해 소재사업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또 지난 8월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OLED 소재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OLED 소재업체인 독일의 '노바엘이디'를 인수한 바 있다.

제일모직은 이번 패션사업 양도를 통한 투자 재원으로 전자재료, 케미칼 등 소재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 관계자는 "패션사업부문이 에버랜드 측으로 100% 자산 및 인력이 이관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이에 따라 사명이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이날 "이번 인수를 통해 패션 사업을 중장기 성장의 한 축으로 적극 육성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멘텀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버랜드 관계자는 "이번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를 통해 제일모직이 보유한 글로벌 디자인 역량을 기존 사업에 접목해 사업의 질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삼성에버랜드가 테마파크, 골프장 운영 등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결합하면 패스트 패션, 아웃도어, 스포츠 분야 등에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패션사업을 인수하더라도 기존에 운영하던 테마파크와 골프장 사업은 축소하지 않고 그대로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로선 패션사업을 별도의 사업부서로 두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