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일 영국 런던의 고층 건물 건설 현장 주변에 세워둔 승용차의 일부가 녹아내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일로 무전기를 닮은 외형 때문에 '워키토키'라는 별명을 가진 빌딩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6일 보도했다.

총 160m 높이, 37층의 고층 건물인 워키토키 빌딩은 한국에서 종로타워를 설계하기도 한 우크라이나 건축가 라파엘 비놀리(Rafael Vinoly)가 설계한 건물이다.

워키토키 전경.

건물 외관 전체가 통유리로 만들어진 워키토키의 외관은 상부로 갈수록 넓어지고 전체적으로는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다. 이 때문에 건물에 내리쬐는 태양빛이 그대로 거리에 반사되고 있다.

빌딩 건축주는 녹아내린 승용차 ‘재규어WJ’의 주인에게 차량 수리비로 약 946파운드(161만원)를 보상했다. 또 공동개발업체는 건물 주변의 주차구역일 일부 폐쇄했다.

사실 워키토키의 근처에서 발생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워키토키에서 반사된 태양빛은 달걀 프라이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뜨겁다. 건물 주변에 세워둔 자전거 안장이 녹아내렸고, 미용실 카펫에 불이 난 적도 있다.

달걀 프라이를 하고 있는 사진

이에 대해 라파엘 비놀리는 자신의 설계가 문제가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건축가가 소외되는 영국 사업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라파엘 비놀리는 “원래 남향을 바라보는 수직 태양 루버의 특징을 가진 건물을 디자인했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제거됐다”며 “건물이 태양광을 반사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이 정도로 뜨거워질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또 그는 “두 번째 디자인이 완성됐을 때 예상했던 상승 온도는 36도였지만 실제로 72도 이상 올라가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당시 개발자들은 ‘태양의 고도’ 탓이라며 문제를 무마해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올해 초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올해 3월 NHN은 신축 사옥 ‘그린팩토리(GreenFactory)’ 때문에 사옥 주변의 주민들과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치렀다. 이유는 건물 전체를 뒤덮은 유리 때문. 자외선 차단에 특화된 고급 유리는 사옥 내부의 직원들은 보호했지만, 건물 유리에 반사된 빛이 사옥 주변의 아파트로 쏟아지면서 주민들은 심한 눈부심과 실내 온도 상승을 경험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