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금융대계 없는 한국… 産銀·정책금융公 5년 만에 재통합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부산 지역 공약으로 내건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무산됐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정부가 특정 업종을 지원하는 것은 통상 마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대신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산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선박금융 부서의 조직과 인력 약 100명을 부산으로 이전, 가칭 ‘해양금융종합센터’를 했다고 밝혔다. 민간 자본을 유치해 해운보증기금을 신설하는 방안도 내년 상반기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선박금융'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부산에 세우기로 했던 '선박금융공사' 대신 '해양금융종합센터'(가칭)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오늘은 선박금융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선박금융이란 무엇인가요?

선박금융(shipping finance)이란 조선소가 배를 만들 때 금융기관을 통해서 융자를 받는 체계를 일컫는 말입니다.

대양에서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이나 유조선·LNG(액화천연가스)선과 같은 대형 선박은 가격이 작게는 수백억원에서 크게는 수조원에 이릅니다. 또 선박은 건조 기간이 수년으로 매우 깁니다. 조선소가 금융회사로부터 먼저 대출을 받아 넉넉한 돈을 확보하고 건조하면 좋겠지만, 금융회사는 막대한 돈을 장기간 빌려주는 데 상당한 부담을 갖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는 대출해주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 만들어진 선박을 운용하는 해운사, 해운사에 물건을 실어 날라 달라고 의뢰하는 화주(貨主),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 등 선박금융을 구성하는 모든 주체가 한데 모여서 자금의 조달과 운용을 위해 독특한 방식을 동원합니다. '선박금융' 체계가 구축되는 것이죠.

선박금융은 조선소, 해운사, 금융사 등을 연결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중심에 서서 모든 자금 흐름을 중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SPC는 금융사와 대출 계약을 맺고, 조선소와는 건조 계약을 맺습니다. 또 해운사와는 배를 사용하는 용선(用船) 계약을 맺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돈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운 회사가 자기 돈으로 조선소에 계약금을 주고, 추가로 SPC가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돈을 조선소에 전달합니다. 조선소는 이 돈으로 배를 건조하고, 배가 완성되면 해운 회사에 배를 인도하면서 '용선료'를 받습니다. 조선소는 용선료를 받아 금융회사에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게 됩니다.

선박금융을 육성할 필요성은 무엇인가요?

선박금융 체계를 갖춘 나라는 세계무대에서 선박과 해양 산업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독일은 197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선박금융을 육성해 세계 선박금융 상위 35개 은행 중 8개 은행을 보유하고 있으며, '바이킹'의 나라 노르웨이는 35대 은행에 3개 은행이 속해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신규 건조 중심의 전통적 조선업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해양 장비 및 해양 서비스로 해양 산업의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이 선박금융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20위권 선박금융 가운데 3개 은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자국 조선 산업 육성을 위해 해외에 자금을 빌려주면서 적극적 중계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조선 세계 1위 강국이면서도 세계 선박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로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부산에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해 부산을 해양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정부는 왜 '해양금융종합센터'를 설립하나요?

최근 정부는 '선박금융공사'를 '해양금융종합센터'로 변경해 설립하기로 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소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해양금융종합센터는 이런 위험을 피해가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해양금융종합센터는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산업은행 등에 나뉘어 있던 선박금융 업무를 하나로 통합해 추진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각 기관이 한 비전으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면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우려를 씻어내려면 해양금융종합센터에 독자적 해양금융 정책 수립 기능을 부여하고 정책 추진력을 배가할 각종 지원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771-0631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

◆ 쉽게 배우는 경제 tip

해양 경제

바다가 제공하는 생태계와 에너지, 광물 자원 등을 활용하는 경제적 활동.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육지 면적의 4.5배에 이르는 해양 관할권과 3.5배에 이르는 배타적경제수역·대륙붕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해양생태계를 잘 활용하면 연간 경제 생산이 100조원 이상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 퀴즈

조선소가 배를 만들 때 금융회사를 통해서 돈을 빌리는 종합적 체계를 ○○○○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선박에 대한 금융 지원이라는 원래 뜻에서 좀 더 확장된 표현으로 '해양금융'이라고도 부릅니다.

▲응모 요령
: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 9월 25일(수) 오후 5시 마감, 9월 27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 이마트 상품권(1만원권) 모바일 교환권(40명, 각 1장)

이마트 상품권 모바일 교환권 당첨자=권명자 권정숙 김경옥 김대원 김미자 김성환 김승배 김이삭 김정주 김종태 김학일 박분숙 박수용 방수경 서현주 신익기 신혜정 심대섭 안재숙 안치운 엄화용 유창석 윤상현 윤종필 윤준호 이도영 이상진 이숙희 이승용 이영이 이정의 이찬숙 이해원 이형로 이희정 전상은 전정수 정영웅 한만중 홍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