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국내 매출 2조원, 해외 매출 2조원으로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 지난해 녹십자가 선포한 비전이다. 꿈을 현실로 만들 연구소가 출범했다. 2년여 공사 끝에 경기도 용인의 녹십자 목암타운에 들어선 지하 2층, 지상 5층 연면적 2만8283㎡(약 8600평) 녹십자 R&D센터다. 명실공히 국내 제약사 최대 규모로, 지난달 1일 입주가 끝났다. 박두홍 녹십자 종합연구소장은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시설에서 세계 시장을 노리는 신약이 잇따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 간 소통 극대화가 핵심
새로 문을 연 R&D센터는 녹십자 신약 개발의 제2기(期)를 의미한다. 1기의 무대는 목암생명공학연구소였다. 녹십자는 1983년 12년 연구 끝에 세계 3번째로 B형 간염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이듬해 회사는 간염 백신 판매 수익금을 바탕으로 용인 본사 옆에 비영리 연구재단인 목암생명공학연구소를 세웠다. 기업이 출연한 연구재단법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정부 승인을 받았다. 목암생명공학연구소는 유행성 출혈열 백신, 수두 백신 등을 잇달아 개발해 녹십자에 기술 이전했다.
녹십자는 그동안 목암연구소와 본사에 별도의 중앙연구소를 두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R&D 과제와 연구 인력이 크게 늘면서 별도의 연구소 공간 필요성이 대두했다.
가장 큰 변화는 부서 간, 실험실 간 장벽의 해체다. R&D센터는 중앙이 비어 있는 'ㄷ'자 형태다. 건물 중앙에는 외벽을 전면 통유리로 세워 반대편 연구동 내부가 훤히 보인다. 사무 공간과 실험 공간도 완전히 분리해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사무 공간은 연구 과제 중심으로 묶었다. 예전에는 배양팀, 정제팀, 분석팀 등이 각자 다른 공간에 있다 보니 같은 과제를 해도 얼굴 보기가 어려웠다. 박두홍 연구소장은 "서로 얼굴을 봐야 소통이 이뤄진다"며 "실험 인프라는 따로 두되 사무 공간은 한곳에 두면 R&D 전 과정을 한 번에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기다리며
연구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연구QC팀 권시내 대리는 "일에 집중하기도 좋고 눈을 돌리면 바로 대나무 정원이 보여 휴식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R&D센터 복도에 가면 벽면이 살아 있는 식물로 덮인 것을 볼 수 있다. 책 4000여권을 비치할 수 있는 대규모 도서실과 밤샘 연구자를 위해 침실과 샤워실을 구비한 휴게실도 마련했다. 여성 연구원을 위한 수유실도 들어섰다. R&D센터의 강당과 카페테리아는 무료 결혼식장으로도 활용된다. 지난 7일 사내 결혼식장 1호 커플이 탄생했다.
녹십자는 연구원들의 성취 의식을 높이기 위해 회의실 9곳에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주(主) 회의실에는 사람 이름이 없다. 훗날 혁신 신약을 개발할 녹십자 연구원의 이름을 붙이기 위해 'TBN(To Be Named·명명 예정)'이란 명패를 달았다.
◇5대 대표 제품, 글로벌 진출 시작
녹십자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5가지다. 3세대 유전자 재조합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 에프'와 면역결핍증 치료제인 면역글로불린 '아이비 글로불린 에스엔'은 미국에서 마지막 임상 3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둘 다 시장 규모가 수조원이 넘는다.
독감 백신과 수두 백신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30억달러 규모의 독감 백신 시장에서 녹십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품질 인증을 받았다. 수두 백신 역시 녹십자를 포함해 3개의 제품이 25억달러 규모의 세계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에서 둘째로 개발한 헌터라제는 희귀 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이지만 경쟁 제품이 하나밖에 없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시장은 몇 년 내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만 잡아도 한 품목으로 상위 제약사 하나만 한 5000억원 매출이 가능한 것. 박두홍 소장은 "헌터라제와 유사한 희귀 질환 치료제 두 개와 대장암 치료제도 연구 막바지여서 내년이면 환자 대상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