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에서 남성의약품 2차대전이 시작됐다. 1차대전이 발기부전 치료제였다면 이번에는 조루 치료제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복제약 출시로 출혈경쟁이 심해지자, 선발주자들이 남성의약품 시장에서 축적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조루증 치료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발기부전 시장 포화로 다시 주목받아
대한민국 남성의 말 못할 고민 중 하나가 사정 시간이 지나치게 짧은 조루증이다. 대한남성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성인 남성 1700만명 가운데 27.5%에 해당하는 500만명 이상이 조루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조루증 치료제는 여러 의약품 중에서도 판매가 가장 어려운 품목으로 꼽힌다. 한국얀센이 2009년 세계 유일 조루증 치료제인 '프릴리지'의 판권을 확보해 국내에 선보였지만 1년여 만에 철수했다. 처방액이 연간 35억원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은 대부분 조루증을 심리적 문제로 치부하고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다시 조루증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달 14일 세계 2번째 조루증 치료제인 '네노마'를 발매하고 마케팅에 나섰다. 뒤를 이어 종근당이 '클로잭', JW중외제약이 '줄리안', 제일약품이 '컨덴시아'라는 이름으로 같은 제품을 냈다.
이들은 모두 씨티씨바이오와 휴온스가 공동 개발해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약과 같은 성분, 같은 용량으로, 각 제약사가 판권을 따로 확보했다. 결국 마케팅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장이 된 셈이다. 국내 조루증 치료제의 잠재 시장 규모는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조루증 치료제를 판매하는 4개 제약사는 앞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1차전을 치렀다.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 종근당의 '야일라', JW중외제약의 '제피드', 제일약품의 '포르테라' 등이다. 지난해 5월 화이자의 '비아그라' 특허가 끝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복제약(제너릭)들이 쏟아졌고, 오리지널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잠식했다.
◇3대 남성의약품 보유한 동아가 우세
발기부전 치료제의 강자들은 조루증 치료제로 눈을 돌렸다. 근본적으로 둘 다 남성의 고민을 해결하는 약품이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판매하며 구축한 영업망을 활용해 시너지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그런 면에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상위를 확보한 동아에스티가 선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동아에스티는 남성의 비뇨기과 3대 질환 치료제를 모두 갖췄다. 발기부전에 '자이데나', 전립선 비대증 '플리바스', 조루증 '네노마' 등이다.
김영철 동아에스티 네노마 마케팅 담당자는 "국내 조루증 환자로 추정되는 500만명 가운데 5~10%를 네노마로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라며 "우선 미약한 조루증 치료제 시장을 키우기 위해 기존 프릴리지보다 70% 정도 저렴한 최저가로 공급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루증 치료에 대한 인식 전환에 집중할 계획이다.
엄밀한 정의는 없지만 보통 성관계를 시작하고 2분 이내에 사정하면 조루증으로 본다. 중추신경계나 성기의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해 성적 흥분을 억제하지 못한 것이다. 선천적인 기능 문제도 있지만 생활습관이나 성관계 환경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환자의 대부분은 조루증 외에 발기부전이나 전립선염 등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조루증을 그대로 방치하면 반복적인 좌절감으로 발기부전이나 성교불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새로 나온 조루증 치료제는 성관계를 하기 2~6시간 전에 복용하면 항우울제 성분이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를 억제해 사정을 늦춘다. 임상시험 결과, 사정까지의 시간을 4배 이상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회사는 밝혔다. 또한 기존 조루증 치료제에 비해 입이 마르거나 변비, 졸음 등의 이상 반응이 적었다.
김영철 네노마 담당자는 "한 개 조루증 치료제에서 올해 4개 제품이 추가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동아에스티의 하반기 매출 확대에 네노마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환자와 의료인에게 조루증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