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대리점도 아닌데 자전거를 줄 순 없잖아요."
최근 고객 유치 이벤트에 현금을 내건 증권사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수수료 할인이나 사은품 지급, 스마트폰 할부금 지원같은 간접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아예 현금을 입금시켜 주겠다는 겁니다.
LIG투자증권은 9일부터 국민은행에서 개설한 LIG투자증권 계좌를 대상으로 매월 3만원씩 입금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월 평균잔고 1000만원을 유지하고 월 100만원 이상 주식을 사고 팔면 다음달 15일에 국민은행에서 연 LIG투자증권 계좌로 3만원을 입금해주는 행사입니다. 최초 3개월 동안은 주식거래 수수료도 받지 않습니다.
같은 날 KDB대우증권도 '가족 결합 서비스'와 '상품 결합 서비스'라는 현금 지급 이벤트를 시작했습니다. 대우증권은 가족 구성원들의 잔고가 늘어나거나, 여러 상품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는 경우 최대 9만원의 현금을 지급합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달부터 CMA계좌를 통해 인터넷 쇼핑을 결제하면 결제 금액의 0.5%를 다음달 말일에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쉬백'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딱히 주식 거래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CMA 계좌로 급여 이체나 재테크 통장을 신청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결제하기만 하면 횟수 제한도 없이 현금을 돌려줍니다.
증권사 이벤트에 현금이 등장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자사의 HTS나 MTS로 거래를 할 경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할부금을 지원해주는 이벤트를 수차례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직접적인 '현금 마케팅'이 연이어 등장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평가합니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안 좋으니 개인 투자자들이 불필요한 사은품보다 현금 혜택을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부에선 지난달 대신증권이 시작했던 '1만원 지원' 이벤트가 큰 인기를 끌면서, 다른 증권사들이 이와 비슷한 현금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KT 휴대폰 이용자(LTE, 3G)가 대신증권 CMA를 통신료 결제 계좌로 지정할 경우 매달 1만원씩 지원하는 이벤트를 열어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열기가 너무 뜨거워지자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조사에 나설 정도였습니다.
증시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들이 이런 이벤트에 나서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마케팅 관련 예산이 예전보다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는 비슷한 이벤트를 하고 싶어도 여유가 없어 하지 못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게 시작한 현금 지급 이벤트라도 실제로 얼마나 빛을 발할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벌써 "개인 투자자들이 현금 혜택에 따라 이리저리 증권사를 옮기면 증권사들은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금 마케팅이 등장하는 곳은 인터넷·이동통신 업계처럼 한정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레드오션이 많다"며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증권사들이 남은 현금마저 꺼내들었다는 것은 국내 증권시장이 당분간 커지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