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0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인 아이폰5S와 보급형 저가폰인 아이폰5C를 동시에 공개했다. 이로써 지난 4일(현지 시각) 독일에서 갤럭시노트3를 공개한 삼성전자와 함께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을 잡기 위한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전망이다.

아이폰5S에는 애플이 직접 설계한 응용프로그램처리장치(AP·Application Processor)인 A7이 들어가 있다. 기존 제품인 아이폰5보다 연산처리속도가 2배 빠르다. 지문인식 보안기능(터치 ID)도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앱스토어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본인 인증을 위해 지문인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필 실러 애플 부사장이 10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아이폰5S와 아이폰5C를 소개하고 있다. 애플은 이날 신제품 아이폰 2개를 동시에 공개했다.

카메라는 화소는 800만으로 아이폰5와 같지만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한 사진을 찍는 듀얼 플래시와 초당 1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연사(버스트)모드가 새로 생겼다. 2년 사용 계약 때 구매 가격은 199달러(저장장치 16GB 기준)~399달러(저장 장치 64GB)다.

이번 발표회장에서 정작 관심을 끈 제품은 아이폰5S가 아니라 저가 아이폰인 아이폰5C였다. 아이폰5C의 AP는 아이폰5에 들어갔던 A6다. 또 800만 화소 카메라, 4인치 디스플레이 등 아이폰5와 거의 같은 부품을 사용했다. 미국 통신사는 2년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아이폰5C를 최저 99달러(저장장치 16GB 모델 기준)에 판매한다. 6년 전 처음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제일 싼 모델 가격은 299달러(2년 사용 약정·저장장치 8GB 기준)였다. 아이폰 가격이 6년 만에 3분의 1토막이 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대명사였던 아이폰이 중저가 스마트폰 수준까지 내려간 것이다.

◇"저가폰도 팝니다" 삼성 흉내 내는 애플

애플은 지금까지 1년에 한 종류의 프리미엄 제품만 출시해 왔다. '비싸면 다른 제품을 사라'는 태도였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 앞에 프리미엄 제품과 중저가 제품을 동시에 내놓고 '비싸면 싼 것을 사라'며 흥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전략을 가장 잘 구사하는 업체가 바로 삼성전자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올해도 갤럭시S4를 출시하자마자 유사한 저가 제품인 갤럭시미니 등을 출시해 소비자들이 주머니 사정과 입맛에 따라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말하자면 애플이 삼성전자를 따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플의 저가폰 출시에 삼성전자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이폰5C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을 직접 겨냥한 제품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애플 팀 쿡 CEO는 이날 "이달 20일 미국·독일·프랑스·일본·중국 등 11개 국가에서 먼저 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이폰을 최초 출시하는 국가 명단에 중국이 처음으로 올라간 것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 판매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다. 그러나 중국은 예외다. 중국삼성 측은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판매액이 작년의 3배에 달한다"며 "연간 판매 목표를 상반기에 거의 달성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엔진인 셈이다.

하지만 애플은 중국에서 고전을 거듭했다. 애플의 올 2분기 중국 시장 점유율은 4.3%(7위)로 1위인 삼성전자(19.4%)의 약 5분의 1에 불과하다. 애플이 중국에서 헤맨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최대 가입자(7억4000만명)를 자랑하는 중국 1위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이 아이폰을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애플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차이나모바일은 아예 아이폰을 팔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애플이 이번에 발표한 신형 아이폰 가운데는 차이나모바일이 세계 최초로 서비스할 예정인 중국식 4세대 이동통신(TD-LTE) 서비스용 제품이 있었다. 올 연말 차이나모바일이 중국식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하면 애플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중국 시장을 놓고 애플과 삼성이 진정한 의미의 경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향후 중국과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차이나모바일과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아이폰을 판매하지 않았던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가 신형 아이폰을 판매하기로 했다. 가토 가토루 도코모 CEO는 11일 "신형 아이폰을 20일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애플이 중국·일본에 본격 진출한다니 더 잘 해야겠다"며 중국·일본 시장 공략 강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