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137가구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 김수영씨는 자동이체로 매달 관리비를 내고 있지만 결제날마다 마음 한 구석이 개운치가 않다. 전에 살던 인근 아파트에 비해 관리비가 더 비싼데 관리비가 제대로 산정된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김씨는 관리사무실에 관리비 관리에 대해 물어보니 자체 관리를 하고 있으나 정부 관리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단지 규모가 작아 아파트 관리비 등을 의무적으로 관리하는 의무관리단지에서 제외돼 있어서다.

이런 식으로 아파트 단지 규모가 작다고 정부의 관리비 대책 사각지대에 있는 아파트 단지가 전국 아파트 단지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아파트 관리제도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 의무관리단지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토교통부의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1년말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2만6331단지 가운데 의무적으로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아파트는 1만3278가구로 50.4%에 이른다. 주택법에 따르면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 150가구 이상 승강기 설치 또는 중앙집중식 난방방식 공동주택, 150가구 이상 주상복합건축물의 공동주택은 관리비 등을 의무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의무관리단지로 지정돼 있다. 이 기준에 들지 않는 소형 아파트 단지 등은 의무관리단지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에 별도로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검사를 받지 않는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비의무관리단지 비율이 83.4%로 가장 높다. 제주는 374개 단지 가운데 312개가 비의무관리단지로 분류돼 있다. 비의무관리단지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광주로, 32.9%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가장 아파트 단지가 많은 경기 지역의 비의무관리단지 비율은 38.8%로 비교적 낮았다. 경기는 5555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2157개 단지가 비의무관리단지다. 서울의 비의무관리단지 비율은 48.1%, 부산은 59.7%였다.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단지

아파트 관리비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진 상태다. 지난 2011년 감사원이 서울시내 의무관리 대상 아파트 단지 관리비 문제를 조사한 결과, 동대표나 관리사무소 직원이 금품을 수수한 경우가 29건이나 적발됐다. 한국전력이 청구한 아파트 전기요금과 실제 입주민에게 거둔 전기요금 간에 차이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는 340개에 달했다. 지난 6월 서울시가 3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11개에 대해 관리비 운영 실태를 조사했을 때도, 166건의 위반사례를 적발했다.

국토부는 올해 들어 아파트 관리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5월 개선 대책을 내놨다. 당시 국토부는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는 정기적으로 외부 회계감사를 받게 하고,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해 부정한 재물이나 재산을 취득할 경우 받게 되는 처벌 강도를 높이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 제도 자체에서 벗어난 아파트 단지 비율이 높기 때문에 관리 제도의 범위부터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공동주택 관리비 문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비의무관리단지를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의무관리단지 아파트 가구수 규모를 현재보다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