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수혜주를 찾아내는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보통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 철강 음식료·항공·해운·여행주가 수혜주로 꼽힌다. 원료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이 주로 포함된다. 반면 수출 위주의 IT(전기전자)주와 자동차주는 원화 강세가 불리하다는 인식 때문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기 쉽다.
하지만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내려가는 원화 강세 국면에서도 이번에는 이런 공식이 좀처럼 들어맞지 않고 있다.
◇여행주·음식료주 울상
원화 강세 수혜주로 꼽히던 여행주와 음식료주 주가는 최근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여행주의 주가는 큰 폭으로 내렸다. 최근 한 달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주가는 각각 15.4%, 18.2% 하락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국내 고객이 싼 비용으로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어 여행주에 유리하다.
하지만 지난달 필리핀 민간항공국(CAAP)이 안전규정 위반을 이유로 제스트항공의 운항을 일시정지시키면서 휴가철 영업에 차질이 생겼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일본 여행 수요도 줄어들었다. 음식료주도 별다른 덕을 못 보고 있다.
원화 강세로 국제 곡물 가격이 떨어지면서 원재료 구입 부담이 줄었지만, 음식료 업체의 해외 수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원화 강세 수혜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6.0% 올랐지만, 롯데푸드 주가는 1.6% 오르는 데 그쳤고, 남양유업과 오리온의 주가는 더 떨어졌다.
◇원화 강세에도 수출주는 질주
해외 업체와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수출 기업 입장에서 원화 강세가 보통 악재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수출주 간판선수들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한 달 동안 13.5% 올랐다. 현대차·기아차의 주가도 이 기간 동안 각각 12.9%, 13.2% 상승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 수출주의 해외 생산 비중이 커지고 있고, 미국·유럽·중국 등의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것이 수출주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 강세 피해주로 불리던 조선주는 오히려 원화 강세 수혜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래 조선주는 원화 가치가 오르면 선가가 상승해 수주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배 발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됐다. 원화 강세로 선가 상승을 염려한 고객들이 발주를 앞당기고 있다는 것. 지난 한 달 동안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각각 14.4%, 11.1%, 15.3% 상승했다.
◇철강주·해운주 승승장구
전통적인 원화 강세 수혜주 가운데 덕을 본 것은 철강주와 해운주 정도다. 철강 회사들은 매출액에서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철강 업체들은 환율이 낮아지면 원재료 수입 가격이 싸지는 이득을 볼 수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동국제강의 주가는 각각 13.7%, 20.8%, 16.7% 올랐다.
해운주도 상승 대열에 올랐다. 원화 강세로 유류비 부담이 줄어든 것이 호재가 됐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주가는 지난 1개월 동안 20.7%, 4.0%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