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인건비가 크게 늘어 상당수 업체는 도산위기에 빠진다"(피고측)
"상여금은 이제 '상'이 아닌 근로의 대가로 변했다. 법리해석도 변해야 한다" (원고측)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5일 오후 2시 재계와 노동계 사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통상임금 관련 공개 변론을 열었다. 노사는 법리 공방부터 경제 파급효과까지 200분 넘게 날선 논쟁을 주고받았다. 재계는 기존 법원 판결과 고용노동부 지침 등 근거를 제시하며 상여금·복리후생비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노동계는 상여금의 성격을 재정의해 시대의 변화상을 대법원이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사건은 자동차부품업체 갑을오토텍 노조원 290여명이 '상여와 여름휴가비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 2건이다. 1·2심에서 원고(노조) 일부 승소로 판결이 났고, 노동자 김모씨가 낸 소송도 1심은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대법원에 넘어왔다.

대법원 사건은 보통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진행된다. 대법원은 소부 대법관 4명 입장이 엇갈릴 경우,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경우, 기존 판례를 뒤집어야 하는 경우 대법원장(재판장) 포함 대법관 12명 전원으로 전원합의체를 구성한다.
 

피고측 이제호 변호사

◆ 통상임금 정의부터 경제 파급 효과까지 논쟁 치열

쟁점은 통상임금의 정의였다. 사용자 측 대리인 이제호 김앤장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은 소정근로 대가로 1개월 동안 지급 된 것을 통상임금으로 보고 있다”며 “주로 1년 단위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정기 상여금이어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상여금은 경영상태를 고려하거나 근무평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휴가기간 전인 7월 15일 근로자가 퇴직하면 휴가비를 받을 수 없는데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임금체계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노조 측 대리인 김기덕 변호사는 “상여금이 과거에는 근로의 대가가 아닌 ‘상’의 개념이었지만 기본급을 높이지 않고 상여금을 받아 가면서 상여금의 개념은 바뀌었다”며 “매달 지급되는 급여와 마찬가지로 상여금도 1년에 한 번씩 지급되고 사전에 몇 백 %를 주겠다고 정하기 때문에 정기성과 고정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노측 참고인으로 나선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이미 정기상여가 임금의 약 20%에 해당할 만큼 기본급화 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사용자 측은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을 강조했다. 이제호 변호사는 “상여까지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면 인건비가 크게 늘어 상당수 업체는 도산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기업의 부담금액을 38조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양창수 대법관은 기업 부담 추산액에 대해 노동계 측 입장을 물었다. 김기덕 변호사는 “부담금액 38조원은 상여금 일체를 반영한 것이라 과장됐다”며 “근로의 대가로 받는 정기 상여금을 기준으로 하면 21조원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반박했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 소부 판단 뒤엎을까 관심

이번 공개변론은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상여금 일부를 통상임금으로 본 판결 이후 열려 그 결과에 재계와 노동계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3월 대법 판결은 소부 판결로 이번 전원합의체 결과가 앞으로 있을 판결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4명으로 구성된 대법원 소부에서 사건을 검토 중이었지만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재판관 13명 전원합의체로 넘겼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5월 방미기간 중 당시 딘 에커슨 GM 회장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이에 대법원은 심리를 소부에서 전원합의체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관련 한차례 선고를 내렸다. 지난해 3월 대법원1부는 대구 시외버스회사인 금아리무진 소속 노동자 19명이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근속연수 증가에 따라 미리 정해 놓은 각 비율을 적용해주는 상여금은 그 금액이 확정된 것으로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임금인 통상임금으로 봐야한다”고 판결했다. 노조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공개변론을 통해 전원합의체 선고가 내려지면 대법원에 계류 중인 15개 안팎의 다른 소송은 물론 전국 각급 법원에서 진행 중인 유사 소송 수백 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윤성식 대법원 공보관은 “상여금도 지급 조건이 각각이다. 3월 인정된것은 그런 조건이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상여금이라고 해서 모두 인정된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