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자영업자 수가 줄고 있음에도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금액은 오히려 2007년 이후 6년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불황으로 신규 창업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은퇴 후 창업 2~3년차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를 포함한 자영업자 상당수가 경기 부진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주택 등 부동산을 담보로 한 이른바 ‘생계형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우리경제의 뇌관 중 하나인 ‘자영업자 부실 위험’이 더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7월말 현재 183조3000억원으로 올들어 7개월동안 9조9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작년 같은 기간(8조6921억원)과 2011년 같은 기간(5조1549억원)의 증가 금액을 넘어서는 등 2007년 같은 기간(12조389억원) 이후 6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자영업자 수가 작년 1~7월에 월평균 16만6000명 증가한 것과는 달리 올들어 7월까지는 월평균 7만2570명 감소한 상황에서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어서 은행 대출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올들어 자영업자 대출 증가에는 은행권의 이해관계도 한몫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하고 대기업 대출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고 떼일 위험이 적은 자영업자 대출 확대에 적극 나섰다. 올해 3월 말 현재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소호(SOHO, 소규모 개인사업자)대출은 약 100조원으로 작년말에 비해 1조2293억원(1.25%) 증가했다.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소규모 개인사업자는 주로 퇴직금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많고, 연체율이 낮아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시장을 선점할 유인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영업자 상당수가 몇년내 휴·폐업할 가능성이 높아 대출에 따른 리스크가 법인보다 오히려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은퇴 이후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창업했다가 3년 이내 휴·폐업할 가능성이 46.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이내 휴·폐업 확률도 18.5%였으며 베이비붐 세대들이 주로 뛰어드는 은식점업(52.2%)와 잡화점(53.6%)의 3년 이내 폐업 확률은 더 높았다.

자영업자 대출 대부분이 부동산담보대출에 쏠려있어 향후 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할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한은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대출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작년말 현재 57%에 달했다. 중소기업 대출의 부동산담보대출 비중(39%)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 비중(금액 기준)이 84%에 달했다.

한은은 "2013년 1~3월중 상가 경락률이 59%로 아파트 경락률(75%)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회복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그간 확대된 자영업자 대출이 은행 자산건전성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자영업자, 저소득층, 다중채무자 등 채무자의 특성을 고려한 가계부채 대책을 준비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가계부채 총량과 증가속도 관리, 대출구조 개선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가계부채 문제에 접근해왔다면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맞춤형 대책을 준비중”이라면서 “현재 차주(대출자)의 소득·연령·채무구조 등 세부적인 사항을 일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