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8일 전·월세 대책을 발표하면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 연 1%대 초저금리의 20년짜리 장기 주택 모기지 상품을 내놓았다. 정부가 이 금융상품을 내놓은 이유는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수요층을 주택 구입 수요층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이런 초저금리 대출 상품이 고가(高價) 전세 세입자로 하여금 주택 구매자로 돌아서게 할 수 있을까.

본지는 신한은행 투자자문부의 도움을 받아 ▲서울 강남에서 전세 대출 2억원을 끼고 5억원짜리 아파트 전셋집에 살 경우 ▲이 세입자가 전세 대출을 손익공유형 모기지 대출로 바꿔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등 둘 간의 실제 주거 비용을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집을 구매하는 것이 세금까지 내더라도 2215만원가량 주거 비용이 적게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회에 초저금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5년 만에 웬만한 차 한 대 가격은 남는 셈이 된다.

◇서울 강남서 5억짜리 전세 살면 5년간 주거비용 8235만원 들어

서울 강남 지역에서 5억원짜리 전셋집에 자기 돈 3억원과 전세 대출 2억원을 받아 전세 세입자로 살 경우 1년 동안 금융 비용은 1632만원이다. 5년 동안 산다면 금융 비용만 8160만원이 든다. 시중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4.2% 수준으로 전세자금 대출에 따른 금용 비용이 연간 840만원(5년간 4200만원)이나 된다.

여기에 전세 세입자가 전세금 5억원짜리 집에 살면서 5년 동안 이사를 한 번 정도 한다면 전셋집을 구하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와 포장 이사 비용 등으로 300만원이 든다. 반면, 전세 대출금 이자를 상환할 때 소득공제를 약 225만원(연 45만원)가량 받을 수 있다. 그 결과 전셋집에 살 경우 5년간 드는 총 주거 비용은 8235만원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의 전세금 자체가 워낙 비싸고, 전세 대출 금리도 만만치 않아 금융 비용이 5년 정도 누적되면 강남권 고가 아파트 전세 세입자의 경우 주거 비용이 1억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모기지 대출 받아 5억짜리 집 사면, 전셋집보다 2215만원 덜 들어

5억원짜리 고가 전세 세입자가 이번에 새로 출시되는 초저금리 장기 모기지를 이용하면 당장 대출 금리가 평균 1.5%대 수준으로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자기 돈이 2억~3억원 있다면 이번에 출시된 두 가지 대출상품 중 집값의 40%까지 대출해 주는 '손익공유형 모기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손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은 주택기금을 이용해 연 1~2%의 금리로 20년 동안 장기 대출하는 상품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락했을 때 발생하는 이익·손실을 집주인과 주택기금이 공유하는 형태다.

이럴 경우 2억원의 대출 금리가 1.5%(1~2% 금리의 중간 금리 적용)여서 1년 이자가 300만원, 5년이면 1500만원 수준이다. 전세 대출로 빌릴 때(4200만원)보다 이자가 2700만원이나 줄어든다.

그러나 집을 사면 세금이나 각종 비용은 더 늘어난다. 재산세로 5년간 210만원(매년 42만원)을 내야 하고, 집을 살 때 부동산 중개료도 전셋집보다 비싸 200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장기 모기지로 대출을 받으면 이자에 대한 소득공제(매년 30만원 정도)를 150만원 받을 수 있다. 취득세 5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생애 최초 주택 구입일 때는 올 연말까지 면제된다. 그 결과 집을 살 경우 5년간 주거 비용은 6020만원이 든다.

◇집 사면 주거 비용은 절감되지만 여러 가지 단점도 감수해야

결과적으로 5억원짜리 전셋집에 전세 대출을 받아 사는 것보다는 초저금리 모기지 대출을 받아 5억원짜리 집을 사는 것이 주거 비용 측면에선 2200만원 정도 이득이다. 그러나 집을 산다고 모든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5억원짜리 아파트는 전세금 5억원짜리(매매 가격 7억~8억원가량)아파트보다 주거환경이 열악해지고, 자녀의 중고교 학군이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집을 사면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모기지 대출의 금리가 워낙 파격적이어서 고가 전세 세입자를 매매 수요자로 일부 유인할 수 있겠지만, 집을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