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인재 경영 철학은 인재제일(人材第一)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삼성은 그룹 5대 핵심 가치인 인재 제일, 최고 지향, 변화 선도, 정도 경영, 상생 추구 중에서 제1의 가치로 인재 제일을 꼽는다. 기업 성장을 위해선 인재 채용과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년 전인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신경영을 선언했다. 그는 신경영 선언과 함께 "우수한 사람 한 명이 천명, 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우수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0년대 초엔 "앞으로 나 자신의 업무 절반 이상을 핵심 인력 확보에 둘 것"이라며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에게 우수 인재 영입을 독려했다.
이 회장은 "1년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서 5년, 10년 뒤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해답은 이런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구하고 키우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 판단에 따라 삼성은 우수 인재 확보와 육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신입부터 임원까지 체계화된 육성 프로그램
삼성 인력 양성은 사내 교육, 지역 전문가 파견, MBA(경영학 석사) 파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된다. 인재 육성을 위해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비롯, 직급이나 업무 특성에 맞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에 입사하면 가장 먼저 '그룹 입문 교육'을 받는다. 신입으로 입사했건 경력으로 입사했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입문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인재 제일의 경영 철학을 실천해온 삼성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것. 삼성 교육의 요람인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2주일간 교육을 진행한다.
삼성은 '세계화를 위한 현지화' 전략의 하나로 지역 전문가 제도도 운용 중이다. 그 나라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현지화된 삼성맨'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 회장은 초창기 지역 전문가로 파견되는 인력을 직접 챙길 정도로 이 제도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육성된 4000여명이 글로벌 삼성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은 차장·부장 승진자를 대상으로 삼성의 핵심 가치와 리더십 역량을 키우기 위한 '승격자 교육'도 실시한다. 부하와 의사소통 방법, 문제 발생 때 대처 요령 등을 주로 가르친다. 고참 부장급을 대상으로는 임원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열린 채용으로 다양성 확보
삼성은 다양한 인재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비슷한 계층에 같은 지역, 같은 학교 출신의 사람이 끼리끼리 모이는 순혈주의(純血主義)는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함께 가는 열린 채용'을 도입했다. 신입사원 채용 때 학벌, 성별, 출신 지역 등을 따지지 않고 스펙(어학 성적, 자격증 등) 위주의 평가가 아닌 철저한 능력 위주의 평가를 통해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대졸 신입사원 채용 때는 서류 전형을 없앴다. 기본 자격을 갖춘 모든 지원자는 직무 적성 검사를 볼 수 있다. 선발 인원의 5%를 저소득층 출신에 할당하고, 지방대 출신 선발 비율을 35%까지 확대했다. 저소득층 고용을 늘린 건 불굴의 의지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경험이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방대 출신 선발 비율을 늘린 건 그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막기 위한 것이다.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은 "인적 자원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을 막고 지방대 출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삼성은 지난해 처음 실시한 그룹 고졸 공채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고졸자의 취업 기회를 확대해 능력 중심의 채용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다. 2011년엔 장애인 공채를 도입해 장애인들의 취업 기회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은 여러 분야를 두루 아는 통섭(通涉)형 소프트웨어 인재 확보를 위해 인문계 전공자를 뽑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양성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를 올해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