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오늘도 대박상사의 대학 캠퍼스 채용설명회는 파리만 날린다. 응원차 방문한 나 사장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본 박 대리가 열심히 소리를 치며 전단을 돌려보지만 학생들은 눈길조차 주질 않는다. 나 사장을 더 속상하게 만든 것은 바로 옆 자리의 한국상사다. 한국상사 부스에는 온종일 대학생들이 물밀듯 찾아오고 있었다. 나 사장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두 회사의 연봉이나, 복리후생, 회사 규모가 별 차이도 없는데, 왜 저쪽에만 구직자가 몰리는 것일까?

◇해결책

요즘 대학 캠퍼스에서는 축제보다 취업 설명회에 더 많은 인파가 몰린다. 갈수록 심해지는 청년 실업 때문이다. 나날이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들을 선점하기 위해 캠퍼스 리크루팅에 공을 들인다. 실제로 대기업은 물론, 최근에는 중견·중소기업들도 캠퍼스 리크루팅에 열심이다. 그 효과도 나쁘지 않다. 한 채용 포털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인사 담당자들의 75%가 '캠퍼스 리크루팅으로 우수한 인재를 확보했다'고 대답했다. 또한 잘만 하면 인재 선점 효과와 더불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업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도 캠퍼스 리크루팅의 장점이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하지만, 캠퍼스로 달려나간 모든 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캠퍼스 리크루팅을 일반적인 채용과 비슷하게 접근하는 기업들은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한다. 그러나 캠퍼스 리크루팅은 당장 구직 활동을 펼치는 졸업 예정자뿐 아니라, 아직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은 2, 3학년 학생들까지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 채용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따라서 당연히 기업의 전략도 같을 수 없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달라야 하는 걸까?

첫째, 채용 시즌에만 신경 쓰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평소에도 꾸준히 캠퍼스에 눈도장을 찍어 두어야 한다.

아직 취업 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의 대학생들은 직장 보는 눈이 막연히 높은 경향이 있다. 또 내가 원하는 업종에 어떤 회사들이 있고, 업계의 평균 연봉이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기업을 무작정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대학생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기업이라면 먼저 캠퍼스에 눈도장을 찍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온라인 유통과 관련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의 스트림라인 인터내셔널(STREAMLINE INTERNATIONAL)은 대학교의 교과과정에 스폰서로 참가해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직원들을 강사로 파견한다거나, 회사의 업무 현장에서 학생들이 실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이다. 이렇게 캠퍼스에 눈도장을 잘 찍어둔 덕분에 이 회사의 채용 설명회에는 비슷한 규모의 경쟁사들보다 더 많은 대학생이 몰린다. 그뿐만 아니라, 수업 과정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생에게는 입사를 권유해 원하는 인재를 미리 확보하기도 한다.

둘째, 당장의 회사 이익 추구에만 매달리지 마라.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준다는 자세로 접근해 보자.

사람을 뽑는 것만을 목적으로 캠퍼스 리크루팅을 펼치면 학점이나 영어 점수 등에 따라 등수를 매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캠퍼스 리크루팅은 학생들에게 그 기업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접점이기도 하다. 학업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모습이 사회 경험이 없는 학생들의 눈에는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줄 세우기에 상처받은 학생들이 회사에 대한 악담이라도 퍼뜨리면 캠퍼스 리크루팅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따라서 기업들은 캠퍼스 리크루팅을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자리'보다는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주는 자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IT 회사인 EDS(Electronic Data Systems)는 50여개 대학에서 이력서 작성 교실과 취업 특강을 운영하고 있다. 매킨지 컨설팅은 공채 시즌이 되면 유명 경영대학원에 취업 컨설턴트를 파견해서 학생들의 취업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면서 동시에 미래의 고객들에게 기업을 알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물론, 중소기업의 취업 특강에 대학생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도 전문성과 보편적 관심사를 앞세우면 얼마든지 관심을 끌 수 있다. 가령, 기업 교육을 하는 회사라면 'HRD(인적자원개발) 전문가가 되려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준다고 어필하면 어떨까? 해당 분야를 마음에 둔 학생들이라면 분명히 관심을 보일 것이다.

셋째, 명문 대학에만 집착하지 말자. 중위권 대학의 상위 1% 인재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보자.

캠퍼스 리크루팅은 대부분 명문대에 몰려 있어서, 다른 대학교의 학생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 아니라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중위권 대학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캠퍼스 리크루팅은 상위 40개 대학교에 집중되어 있다고 하니 나머지 소외된 대학교를 집중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손쉽게 숨어 있는 1%의 인재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군수품 생산 업체인 노스럽 그루먼(Northrop Grumman)은 지방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턴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상대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IT 인재를 무더기로 채용하고 있다.

한 인재가 100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 인재 확보 전쟁의 승패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 우리 회사 특성에 맞는 적극적인 캠퍼스 리크루팅 전략을 세운다면 금쪽같은 인재 선점은 물론,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