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창조경제의 표준 모델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이다. 우리 정부의 도움 요청에 요즈마 펀드의 설립자 에를리히 회장은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요즈마 펀드는 지난 1993년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조성한 벤처캐피털 펀드이다. 요즈마 펀드의 투자로 해외 증시에 상장되거나 글로벌 기업에 인수된 벤처기업으로는 페이팔(Paypal·전자 결제 기술), 센트리노(Centrino·인텔 CPU 운영 기술) 등이 있다.

이갈 에를리히 회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지금까지 세 차례 방한했고, 지난 6월엔 요즈마그룹의 첫 해외 지사를 한국에 설립했다. 26일엔 한국 정책금융공사와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 앞으로 성공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에를리히 회장을 만나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벤처 육성 펀드의 성공 사례로 유명한 이스라엘 요즈마 펀드의 이갈 에를리히 회장은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를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필요하며,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한국에서 '창조경제'를 추진하는 분위기가 1993년 이스라엘과 똑 닮았다. 우리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한국에 성공 노하우를 전하고 싶다. 이스라엘 모델을 배워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내 개인적 호기심도 작용했다. 장관, 국회의원 등 각계 지도층이 날 만날 때마다 창조경제를 얘기하는데, 지도(guidance)가 필요해 보였다. 물론 우리가 (한국에) 투자하기에도 적기라고 생각한다. 또 한국은 안보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비슷하고, 핍박받았던 역사 등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한국의 벤처기업을 평가한다면.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기술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하지만 내수시장만 바라보고 자금도 국내에서만 조달한다. 글로벌 네트워크 안에 들어와서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정부 주도의 벤처캐피털 펀드가 이미 있지만 요즈마 펀드처럼 성공적이지 않다.

"관건은 두 가지다. '인센티브'와 '글로벌 네트워크'다. 요즈마 펀드는 초창기 정부 국영기업으로 설립됐다. 벤처기업 육성이 필요하지만 민간에서는 아무도 안 하려 하니 정부가 한 것이다. 우리는 해외의 경험 있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투자한 벤처가 성공할 경우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줬다. 그러자 2년반 만에 10개의 자(子)펀드(벤처에 직접투자하는 모펀드에 간접투자하는 방식)가 생겨났다. 초창기에 해외 파트너를 확보하니까 이후엔 모든 것이 수월했다. 현재는 100개 이상의 해외 펀드가 이스라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유망한 벤처 비즈니스를 꼽아달라.

"의료, 제약, 바이오 분야를 주목해야 한다. 1990년대엔 반도체·통신, 현재까지는 소프트웨어와 IT가 유망했지만 미래엔 의료·제약·바이오 산업이 붐을 일으킬 것으로 확신한다. 요즈마 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 절반이 의료 기기, 의료 장비 등 메디컬 기업이다. 지금이야말로 (의료·제약·바이오 분야의) 투자 적기이며 2~4년 후에는 수익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