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윌모스 UN 인구처장.

세계적 인구학자인 존 윌모스(Wilmoth) UN 인구처장은 지난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이 2100년이면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되는 만큼 고령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보편적 복지 정책을 펼치면 재정이 바닥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윌모스 처장은 한국의 고령화가 전례 없이 빠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심혈관 질환과 흡연에 따른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아 2100년에는 기대 수명이 95.5세에 이르는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율도 세계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윌모스 처장은 노령화 분야에서 권위자로 인정받는 인구학자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통계학·인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4년간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교수를 지냈고, 올해 1월부터 UN 인구처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부산에서 열린 국제인구과학연맹(IUSSP)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윌모스 처장은 "고령화를 염두에 두고 복지 정책이나 관련 법률이 정비되지 않으면 30년 후에는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에 부담을 느낀 일부 유럽 국가에서 복지 혜택을 축소했다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저항에 부딪혔다고 설명한 뒤 "인구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경고를 무시한 과도한 복지 약속이 문제였다는 것을 한국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에 대비할 수 있는 해결책을 묻자 윌모스 처장은 이민(移民)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민은 주로 경제활동이 왕성한 젊은 사람이 가기 때문에 생산 활동 인구 비중을 늘려주고 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줘서 고령화를 늦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을 바탕으로 성장한 미국처럼 가는 게 한국에는 맞는다고 봐요. 하지만 한국이 타민족을 받아들인 역사가 없기 때문에 적극적 이민 정책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한국말을 하는 것을 받아들일지는 순전히 한국인들이 결정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