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출입은행의 수출기업지원 등 대외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법정 자본금(납입자본금)을 8조원에서 15조원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또 정부가 수출입은행에 출자할 때 공기업 주식에 대한 출자 제한을 완화하는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이 출자를 지금보다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포함한 '해외건설·플랜트 수출 금융지원 방안'을 이달말 발표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정 자본금이 15조원인 정책금융공사와 20조원인 산업은행과 달리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은 8조원에 그치고 있어 15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정부 출자 시기와 방법은 시행령으로 정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확대는 그동안 수출입은행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최경환 의원도 지난해 12월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을 15조원으로 확대하고 ▲국제협력은행으로 명칭 변경 ▲업무의 제한 규정 폐지 ▲다른 금융기관과의 경쟁금지 규정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내놨다. 정부는 일단 이 법안을 중심으로 법정 한도를 15조원까지 늘려놓은 후 내년에 실제로 얼마나 증자를 할 지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에 나서는 이유는 원자력발전소나 고속철도 등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건설이나 플랜트 수주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우리 기업이 따낸 해외사업은 대부분 공사비만 챙기는 단순 도급 사업이었다. 그러나 단순 도급사업은 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건설사에 밀리면서 최근 들어서는 기업들이 자금조달까지 함께 책임지는 시공자 금융주선사업이나, 아예 건설사가 직접 투자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대외정책금융을 담당하는 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 능력을 확대해 기업들의 대규모 해외프로젝트 수주를 적극 돕겠다는 것이다. 현재 수출입은행의 자본금(8조원·납입자본금은 7조2000억원)으로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10%로 유지할 경우 금융지원 할 수 있는 규모가 80조원 정도다. 그러나 자본금이 15조원으로 늘어나면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규모도 150조원 정도로 확대된다.

정부의 수출입은행 증자는 현금 출자 보다는 공기업주식 현물 출자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수출입은행법을 개정해 산업은행 처럼 정부가 갖고 있는 공기업 주식을 제한 없이 증자 받을 수 있도록 특례조항도 신설하기로 했다. 예를들어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한국석유공사법에 따라 정부가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어야 하고, 한국전력공사는 정부가 지분의 50%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출입은행법에 특례조항을 넣으면 한국석유공사나 한국전력공사 주식을 정부의 의무 지분 보유량과 관계없이 수출입은행에 출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