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심해자원 채취 로봇 미내로(Minero) 관련 예산이 삭감될 처지라 관련 부처와 과학계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내로는 지난달 해저 1370m에서 시험 작동에 성공, 심해 지형을 스스로 파악해 움직이는 최초의 자원 채취 장비(로봇)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관련 부처 간 입장 차로 후속 연구에 필요한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

18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개발을 주도한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과학기술원은 2015년 심해 2000m 작동 실험을 위해 내년에 14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98억원으로 삭감했다. 예산권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는 상태다.

심해자원 채취 로봇 미내로(Minero)의 모습. 최근 미내로 후속 개발에 필요한 내년 예산 삭감을 둘러싸고 관련 부처 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부는 예산 삭감에 대해 "해수부가 신청한 연구개발 예산 가운데 미내로 사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삭감됐다. 사업이 20년이 됐는데도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여전히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당초 신청한 예산(140억원)을 배정하지 않으면, 상용화 시기가 2~3년 늦춰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재부는 미래부와 해수부 입장을 절충, 당초 해수부가 신청한 예산에서 20억원 정도만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책연구기관장은 "미내로 같은 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확산에 기초가 될 만한 기술인데, 미래부가 좀 더 개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내로란 이름은 광물을 뜻하는 미네랄(Mineral)과 로봇(Robot)의 합성어로, 25t 규모의 대형 로봇이다. 미내로의 최종 목표는 2018년 이후 5000m 심해에서 해저 광물을 채집하는 것이다.

해수부는 미내로가 상용화되면, 지난 2002년 국제해저기구(ISA)에서 우리나라가 독점 탐사권을 확보한 하와이 인근 해저 광구 탐색 활용 등 매년 2조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추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