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0)씨는 최근 급히 장례식장에 가야 할 일이 생겨 현금을 찾으려 가까운 은행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찾았다가 당황스런 일을 겪었다. 혜택이 좋아 얼마 전 발급받은 비(非)은행계 체크카드를 ATM에 넣었더니 출금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던 것이다. 이씨는 결국 회사 동료에게 돈을 빌려 조의금을 냈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 롯데 등 비은행계 카드사의 체크카드 중 ATM을 이용한 예금계좌 현금출금 기능이 있는 카드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크카드는 은행 계좌와 연계돼 예금 한도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정부는 신용카드 남용을 막아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체크카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현행 15%에서 10%로 낮춘 반면 체크카드의 경우 30%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카드의 체크카드는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총 9개 은행 계좌와 연결할 수 있다. 하지만 현금출금카드 기능을 넣을 수 있는 체크카드는 신한·하나·산업은행과 우체국 제휴 카드 뿐이다. 11개 은행과 제휴하고 있는 롯데카드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현금출금카드 기능은 우리·신한 등 4곳만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14개 은행 고객이 체크카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상품에 따라 국민·신한·우리 등 일부 은행의 현금출금 기능만 카드에 탑재할 수 있다. ATM에서 돈을 찾을 수 없는 '반쪽짜리' 체크카드가 대부분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은행과 카드사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은행은 지주사 내에 카드사를 갖고 있거나 은행에서 카드사업을 하고 있어 다른 카드사의 체크카드 사업에 협조해 줄 유인이 없다. 한 비은행계 카드사 관계자는 "필수적인 서비스중 하나인 현금인출 기능을 체크카드에 넣어주지 않고 은행의 자체 체크카드를 발급받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며 "은행 제휴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그동안 체크카드 발급에 소극적이었던 비은행계 카드사가 은행과 제휴를 확대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은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해 결제금액의 0.5%에 이르던 은행 계좌 이용 수수료도 0.2%로 낮춰줬지만 비은행계 카드사들은 여전히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소극적이었다"며 "비은행계 체크카드를 은행 창구에서 발급받아 현금카드 기능도 넣을 있도록 하는 등 소비자의 선택을 넓힐 수 있도록 비은행계 카드사들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