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볼드 9900 화이트

캐나다 스마트폰업체 블랙베리가 최근 회사를 시장에 매물(賣物)로 내놓았다. 이사회 산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매각, 합작법인 설립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 파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블랙베리가 이미 1년 넘게 비공개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해오다 실패한 만큼, 최악의 경우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자 운영체제(OS)를 가진 몇 안되는 회사인데다, 특허와 메신저 기술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이 부분에 취약한 회사들이 눈독을 들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삼성전자·HTC가 사면 OS+기업용 시장 공략에 도움

블랙베리가 매각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비싼 가격에 회사를 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때 시가총액이 800억달러(약 89조원)에 달했던 회사지만 현재는 50억달러대로 떨어져 있어 인수자 입장에서도 가격이 부담은 아니라는 것.

에드워드 존스의 빌 크레허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HTC 처럼 자체 OS가 취약한 기업들이 관심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 기업이 블랙베리를 인수할 경우 서버 기술은 물론 기업용 시장을 개척할 때도 상당한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여기에 블랙베리가 가진 핵심 모바일 특허도 인수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PC에 이어 모바일기기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 레노버를 유력 인수후보로 점쳤다. 실제 레노버측 역시 블랙베리 인수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 1월 캐나다 재무부 장관인 지 플래허티는 "캐나나 정부가 블랙베리와 레노버의 협상을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IBB의 컨설팅 애널리스트인 제퍼슨 왕은 "블랙베리 메신저가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이 블랙베리를 사는 이유는 바로 메신저 때문"이라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스마트폰 블랙베리와 이메일 서버 관리 능력은 회사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매각절차 까다로워 외국에 팔리기 쉽지 않을 듯

하지만 블랙베리가 해외기업에 매각되는 데는 장애물이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캐나다의 국민기업과 같은 블랙베리인데다 정보유출 우려로 매각절차가 까다로울 것이라는 것.

레드 스카이 캐피탈의 파트너인 브라이언 휴엔은 "블랙베리가 가진 정보와 상품, 브랜드가 민감한 특성이 있다"며 "캐나다 외부로 회사가 팔릴려면 수많은 조사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나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도 매각에 악재다. 시티그룹의 인수·합병(M&A) 총괄임원인 마크 샤퍼는 "휴대폰 시장의 부진한 수요가 블랙베리 매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인수자는 블랙베리의 서비스나 특허에 관심을 가질 것이며, 하드웨어 사업은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따라서 분리매각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블랙베리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09년 47%에서 지난해 2% 정도로 추락했다. 따라서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이미 주도권을 잃은 블랙베리 인수에 관심을 보일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4년 전 파산한 노텔(캐나다 통신장비 기업)의 전철을 피하기 위해 캐나다 내에서 투자자들이 협력해 블랙베리를 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