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증권사 20곳 가운데 5곳이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이란 계속된 적자로 이익금은 물론 자본금까지 까먹기 시작해 자본금이 줄어드는 상태를 말한다.

8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증권,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 RBS아시아증권, CIMB증권, BOS증권 등 5개의 외국계 증권사 한국지점이 자본잠식 상태로 확인됐다.

SC와 바클레이즈, RBS는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은행이고, CIMB(말레이시아국제상업은행)와 BOS(싱가포르은행)는 동남아 지역을 주 무대로 하는 투자은행이다.

한국SC증권은 한국SC금융지주 산하 5개 자회사 중 하나로, 2008년 설립 당시 투자한 자본금이 3000억원이었는데 지난 5년 동안 자본금을 100억원가량 까먹었다. 한국SC증권은 지난해 1~3분기 연속 당기순손실을 냈고, 연간 당기순이익은 11억5000만원에 그쳤다.

SC 영국 본사가 최근 한국법인의 영업권 가치를 10억달러 줄인 데에는 증권업 계열사의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바클레이즈캐피탈 증권은 작년과 재작년에 2년 연속으로 150억원대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34억원의 이익을 냈는데 최근 수익이 악화됐다. 바클레이즈캐피탈 증권은 수익 악화로 자본잠식 상태가 되자 지난해 230억원을 증자(增資)해, 지난해 말 현재 자본금을 557억원으로 늘렸다.

RBS증권 서울지점은 아예 지난해부터 주식 관련 업무를 중단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RBS증권 서울지점은 (증권업) 면허 반납만 하지 않았을 뿐 영업 중단 상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RBS은행 서울지점 관계자는 "현재 증권 담당 임직원은 전부 철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영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4~6월)에 우리나라에서 영업 중인 국내외 증권사 62곳 가운데 41개는 흑자, 21개는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자본잠식 상태인 곳은 IBK·한맥·토러스·BNG·코리아에셋 등 총 5곳으로, 대부분 신생 중소형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