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빠리(Paris)를 알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앞에 드러누운 배우 신구가 이렇게 외친다. 케이블 tvN에서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한 장면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노(老)배우 4명이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체험 형식으로 보여준다.
앞서 비슷한 제목의 TV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이 젊은이 4명(F4·Flower4)이었다면 '꽃보다 할배'는 '4명의 할배'(4H)를 내세웠다. 인간적이면서도 귀여움을 간직한 맏형인 이순재(80세), 인자함과 엉뚱한 매력 속에 찐한 감동을 주는 신구(78세), '제대로 멋쟁이'인 로맨티스트 박근형(74세), 막내인 투덜투덜 떼쟁이 백일섭(70세)이 그들이다. 4명을 합치면 302세, 평균연령 76세다. 이들에게는 후드티와 검정색 선글라스가 어색하지 않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꼭 해외여행을 가리라'고 마음먹은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은퇴한 중년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그러나 실행에 옮기기 결코 쉽지 않은 모험이다. 이 모험에는 몇 가지 준비와 조건이 따른다. '꽃 할배'를 계기로 도전하는 삶을 꿈꾸는 중년에게 필요한 4가지 필수요소, 즉 'FACT(팩트)'를 점검해 보자.
①아름다운 기억을 나눌 오랜 벗(Friend)
친구는 자칫 외로울 수 있는 노후의 여정에서 으뜸 자산이 된다. '꽃 할배'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면서 여행길에 오른다. 하지만 이 도전은 함께 떠날 친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수십년간 같은 길을 걸어온 동료나 배우자라 해도 함께 여행을 떠난 이후 서로의 존재를 다시금 깨닫고 깊이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혼자 떠나는 자유여행도 매력적이지만, 나이가 들어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의 맛은 비할 바가 못 된다.
배우자, 친구 또는 선후배가 함께하는 노후는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진다. 비록 큰 부(富)를 쌓지 못했다 해도 마음을 터놓고 아름다운 기억을 흔쾌히 나눌 진정한 벗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감히 성공한 노년이라 할 수 있겠다.
②용기와 모험의 중요성(Adventure)
건강한 노년의 또 다른 조건은 용기를 갖고 적절한 모험을 즐길 줄 아는 적극적인 태도다. 인생의 황혼기에 낯선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슨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는 요양원 2층에서 화단으로 뛰어내린 뒤 불과 1m도 되지 않는 담벼락 앞에서 순간 주저하는 노인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러나 노인은 이내 돌담을 넘어 요양원을 탈출, 스페인·미국·아시아 등 전 세계를 무대로 모험하게 된다. 작은 도전에 성공하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이는 더 큰 도전에 나서는 발판이 된다.
③세상과 소통하라(Communication)
'꽃 할배' 신구는 혼자 배낭여행을 온 20대 여성에게 "존경스럽습니다"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젊은이들의 도전에 경의를 표하고 공감할 수 있는 태도야말로 어른들이 가질 수 있는 겸손함과 소통의 미덕이다.
평소 주변 사물로부터 기꺼이 배우려는 마음과 지적인 활동을 계속하면 덜 늙게 된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의 노인은 더 이상 과거의 노인이 아니다. 신체 나이도 더욱 젊어지고 있다. 평소 철저한 건강관리를 통해 체력과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여행은 빚내서 한다'는 말도 있지만 빠듯한 노년에 쉬운 일은 아니다. 젊은 시기에 미리 일정 소득을 확보해 놓아야만 큰돈이 들어가는 해외여행에 도전할 수 있다.
④남은 인생에 '여행'을 선물하자(Travel)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여가 생활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불만족'이라는 응답이 31%, '보통' 52%, '만족'은 17%로 나왔다. 만족스럽지 못한 원인에 대해서는 48%가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고 했고, '건강과 체력 부담'도 38%나 됐다.
응답자의 35%가 희망하는 여가 활동으로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고, '사교'(12%)를 꼽은 이들도 많았다. 'TV 및 DVD 시청'(17%)도 적지 않게 나왔다. 그러나 TV를 보면서 대리만족에 그쳐서는 여행이나 사교와 같은 적극적인 여가를 즐길 수 없지 않겠는가.
노년에 떠나는 여행은 또 다른 멋과 낭만이 있다. 유명 관광지를 찾아 사진 찍고, 쇼핑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여행과는 결별할 필요가 있다. 쇼핑으로 가득 채울 트렁크나 골프백을 잠시 뒤로 하고 '여행을 위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짐을 싸보자. 파리의 에펠탑이나 스트라스부르의 대성당, 노천카페들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아무리 멋진들 무엇하랴. 떠나지 못하면 'TV 속의 떡'일 뿐이다.